제주4·3 희생자 추정 유해 4구 수습…신원확인 절차 진행
현재까지 도 전역서 유해 417구 발굴
제주4·3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수습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31일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주관으로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한 산림지에서 수습한 4·3 희생자 추정 유해 4구에 대한 운구 제례가 거행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유해가 발굴된 ‘공초왓’은 곰취(제주어로 공초)가 군락을 이뤄 밭(제주어로 왓)을 이룬 곳으로, 4·3 당시 피난처 중 하나인 제주시 애월읍 한대오름 서쪽에 위치한다.
제주4·3평화재단은 유해 발굴지가 4·3 당시 제주시 애월읍, 한림읍 주민들의 피난처인 한대오름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서 탄피 등이 발견된 점을 미뤄 발굴 유해를 4·3 당시 희생된 주민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1999년 공초왓 토지 소유자가 경지를 정리하던 중 무연고 무덤을 확인하고 5기의 무덤을 인근으로 이장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달 중순부터 현장을 발굴한 결과 5개의 무덤에서 모두 4구의 유해를 확인했다. 이번 발굴은 한 제보자의 증언에 의해 이뤄졌다.
제주4·3평화재단과 4·3 희생자유족회는 31일 오후 2시 유해 수습 현장에서 운구 제례를 거행한 뒤 유해에서 시료를 채취해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한다.
제주에서 현재까지 발굴된 4·3 희생자 유해는 417구다.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년~2009년 제주국제공항, 2021년 표선면 가시리 외 6곳, 2023년 안덕면 동광리 등에서 4·3 당시 학살돼 묻힌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44구다.
제주4·3평화재단은 유전자 감식을 위한 유가족의 채혈 범위를 친·외가 8촌까지로 범위를 확대하고 발굴 유해의 신원 확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에서 발굴한 유해 뿐만 아니라 대전 골령골, 광주형무소 옛터, 전주 황방산, 경산코발트 광산, 김천 등에서 발굴된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도 병행하고 있다. 4·3 당시 붙잡힌 제주도민들은 제주에 형무소가 없던 탓에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흩어져 수감됐다. 이들 중 다수가 한국전쟁을 전후로 집단학살 당하거나 행방불명 됐다.
4·3평화재단은 “도내는 물론 도외 행방불명인에 대한 신원확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최근 유전자 감식기법이 발달하면서 유가족 채혈이 더 많이 이뤄지면 신원확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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