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R&D 투자 줄인다는 건 거짓말”
내부 해결 원하지만 계속되면 법적 대응 검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자신을 공격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근거 없이 거짓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려고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30일 오전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이 너무 많다고 하자 내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하는데, 신 회장과의 대화에서 R&D 자체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손잡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임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박재현 대표는 3자 연합 측 인물로 분류된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한미사이언스가 위탁 업무를 수행하던 인사·총무 조직을 한미약품에 세우겠다고 밝히며 독자 경영을 선언했다. 그러자 형제 측으로 대변되는 한미사이언스는 모녀 측의 박 대표가 한미약품의 R&D 투자를 줄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의 핵심역량인 R&D에 대해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하자 박재현 대표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없다’고 화답했다”며 “대주주가 이런 발상을 하고, 또 마치 충성을 다짐하듯 대표이사가 동조하고 있어 참담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 회장을 한두 차례 본 적 있지만, 대부분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잘 부탁한다는 덕담 위주로 대화가 진행됐다”며 “왜 이렇게 해서 여론을 가져가려고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약품은 R&D 투자액을 전체 매출액의 10% 중반대로 유지할 계획이고, 이는 선대 임성기 회장의 유지이기도 하다”며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액수로 보면 R&D 투자액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R&D와 관련 연구원 채용도 늘리고 있는데, 사실무근인 내용이 나와 황당하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가 독단적으로 채용했다는 논란이 된 A부사장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채용 승인을 결재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소액주주연대에 보낸 입장문에서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 부사장으로 채용된 A씨에 대해 박 대표가 직접 면담도 했고, 정상 근무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A부사장이 포함된 인사 발령안을 반려했고, 이후로도 A부사장의 임명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부사장이 한미약품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받고 있다는 한미사이언스의 주장에는 한미약품 직원 2000명의 급여 지급안을 모두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주장하는 면담은 A부사장이 잠깐 시간을 내주라고 하기에 만난 것이 전부”라며 “당시 들은 말은 채용이 아닌 임종윤 이사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이 주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한미사이언스 A부사장의 위촉 계약서를 확인하기 위해 인사팀에 요청하고 있지만 두 달째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인사와 관련해 위탁 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한미약품 인사 업무는 당연해 내 결재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의 설명이 맞는다면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혐의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회사의 법적 분쟁에 직원들이 동요하거나 휘말릴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밝혔다. 대신 한미사이언스 감사위원회에 무분별한 비방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시정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박 대표는 자신을 향한 의혹을 계속 주장할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다른 제약사들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집중도가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고소나 고발보다는 내년도 사업 계획이나 신약 개발을 신경 써야 하는데, R&D 투자를 줄인다는 말하니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분쟁 관련 부분들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내 책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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