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복 입은 소방관들, 해운대 LCT 2372개 계단을 오르다
전국 952명의 참가자들, 한계에 도전
[부산=뉴시스]이아름 김민지 기자 = 맨몸으로도 힘든 101층 높이 건물, 계단 2372개를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불길 흔적이 가득한 방화복을 입고 올랐다. 그들은 억수 같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한 발 한 발을 내디뎠다.
30일 오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LCT) 랜드마크 건물 앞.
이곳에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오르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전국 소방공무원들로 빼곡했다.
무려 411m 높이를 자랑하며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LCT 랜드마크 건물은 101층, 계단 2372개로 이뤄져 있다.
이날 대회는 경쟁(방화복, 간소복, 단체전), 비경쟁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높이 자체로 위압감을 주는 건물이지만 대회를 앞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결의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전국 소방관 921명(부산 259명, 타시도 662명)과 긴급구조지원기관에서 31명이 참여해 총 952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20분25초의 기록으로 방화복 전체 1등을 차지한 서울 중랑소방서 면목119안전센터 임건엽 소방교는 "최근 신혼여행을 다녀오며 준비가 부족해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등이라는 결과를 거두게 돼 기분이 참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체력 관리 비법으로 자전거를 꼽은 그는 "준비하는 데 많은 응원을 해 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했다.
간소복 부문에서는 경기 일산소방서 변정원 소방관이 14분30초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기록은 작년 최고 기록(방화복 21분3초, 간소복 15분37초)을 모두 경신했다.
◇그럼에도 한 계단 '더'…소방관들의 이모저모
이날 대회에서 소방관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저마다의 모습을 보였다.
대회 전 이른 시간에도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조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고자 분투했다.
방화복 경쟁 부문에 출전하는 소방관들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그들의 방화복을 갖춰 입고 있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화염의 흔적을 통해 불길과 맞서 싸우는 그들의 평소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2372개의 계단 곳곳에서 만난 소방관들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고된 순간임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소방관, 자신의 앞발을 내디디면서도 뒤따르는 동료를 살피는 소방관,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도 "파이팅"을 외치는 소방관도 있었다.
고층으로 갈수록 소방관 몇몇은 숨을 헐떡이며 계단 손잡이를 잡거나 몸을 휘청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벽에 몸을 기대거나 팔을 크게 휘두르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이들은 계속해서 풀리는 다리를 붙잡으면서도 한발 한발 결승선을 향해 발을 뻗었다.
전남 광양소방서 119구조대 김규연(29) 소방사는 "작년에는 간소복으로 올랐고, 올해는 방화복으로 올랐는데 몇 배는 더 힘들었다"며 "네 발이라도 올라가자는 생각을 되뇌며 끝까지 올랐다"고 완주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 한계를 깬 여성 소방관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수원소방서 파장119안전센터 임유나(27) 소방사는 "50층부터 고비였지만, 여자 구급대원이라 체력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할까 봐 한계를 깨고자 끝까지 열심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나 자신과의 경쟁을 펼친 참가자도 있었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울산 남울주소방서 이채동(56) 소방경은 "체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올해 비경쟁 부문으로 첫 출전하게 됐다"며 "안전을 생각하면서 완급 조절하며 계단을 올랐고 막판에는 조금 더 힘을 내서 끝까지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소방관들은 고된 경기를 마치고도 자신의 미래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답을 건넸다.
서울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반 강지운(28) 소방사는 "소방관의 업무인 구조와 구급, 화재 진압 다방면으로 모두 잘하는 그런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a@newsis.com,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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