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괜히 가는 바람에" 류중일 감독의 한숨…'158km 파이어볼러' 이강준,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158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강준(상무 피닉스)이 대표팀에서 낙마한다. 이번에도 사유는 부상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 앞서 이강준이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상무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강준은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KT 위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이강준의 재능에 이강철 감독도 콕 집어 칭찬을 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KT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많은 파이어볼러들의 숙명과도 같은 들쭉날쭉한 제구가 발목을 잡았고,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됐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이강준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고, 군 복무를 하던 중 FA(자유계약선수) 한현희의 보상 선수로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이강준은 2군에서지만,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투구폼을 교정하는 등 변화를 통해 44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8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6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지난 24일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추가 소집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강준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뽑히는 것들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군에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잘 사용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어쨌든 다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며 "팬들께서는 제구에서 불안함을 느끼실 텐데,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다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강준은 연습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30일 훈련에 앞서 "이강준이 피칭을 하다가 팔꿈치가 좋지 않다고 해서 상무로 돌아갔다. 3~4주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서 힘을 더 많이 쓴 것 같다. 스프링캠프를 가면 초반에는 감독들의 경우엔 불펜에는 오지 말라고 한다. 괜히 감독이 서 있으면 한 번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다"이라며 "괜히 갔다. 내가 가는 바람에 힘을 더 쓰게 만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렇게까지 아쉬워 한 이유는 있다. 캐치볼과 불펜 피칭을 하는 이강준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까닭이다. 사령탑은 "이강준이 향후 굉장히 기대가 된다. 공이 정말 좋더라. 저렇게 이쁘게 던지는데 왜 팔꿈치가 아플까 싶다.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손목의 스냅이 굉장히 좋다. 잠깐 봤지만, 앞으로가 굉장히 기대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끊임없이 부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손주영을 시작으로 구자욱과 원태인 등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불펜 뎁스를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있던 이강준까지 이탈했다. 이젠 더이상 부상자가 나오면 안 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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