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작원과 연락' 전북민중행동 대표 집유…"착찹하다"(종합)
재판 방청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선고가 끝나자 박수
하 대표 "더욱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 위해 나서겠다"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북한 공작원과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을 선고 받았다.
전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상곤)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을 나눠서 선고한 이유에 대해 하 대표가 지난 2015년 11월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됐기 때문에 해당 일자를 기준으로 각각을 나눠 선고했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창사·장자제에서 회합하고 회합 일정 조율과 국내 주요정세 등 보고를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 기타 통신으로 북측과 연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하 대표 측은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하고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하거나 하 대표가 북측 공작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북측 공작원인 줄 몰랐으며 단순히 평화통일과 농민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하 대표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의 범죄 전력 등 일부 내용은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해 재판부가 예단을 갖게 하거나 실체 파악에 장애를 초래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사는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되다 중간에 정지되고 지난 2021년 4월 다시 재개된다. 이 시점은 현 정권 출범 이전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공소권 남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공작원과 연락을 주고 받은 행위를 보면 음어를 주고 받거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등을 계속 바꿔가는 등 일반인이 도저히 사용하지 않을 방식을 통해 회합과 통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실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은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방이 대남 공작원이라는 실체를 충분히 알 수 있고 알면서도 이러한 연락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은 평화통일 활동과 농민운동의 일환이라는 주장하고 있다"며 "행위의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이 동기·목적에 부합하는 상당성, 해당 수단만을 사용해야 하는 긴급성, 다른 방법이 없었는지에 대한 보충성 등을 살펴볼 때 어느 부분에서도 해당되는 사안이 없다"고 하 대표 측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하 대표가 북측 공작원과 직접 회합하고 또 회합을 위해 이메일로 출국·귀국 내역과 자료를 주고 받은 점은 유죄로 봤지만 그 외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받거나 국내 내부 단체들의 동향, 하 대표의 활동 내역을 주고 받은 것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측 공작원과 국외에서 비밀리에 회합하는 행위는 국가에 명백한 위협이 되며 이를 위해 메일을 주고받은 것 역시도 마찬가지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그 외 일상적 인사, 국내 단체들의 동향, 피고인의 활동, 국내 문제점 등은 일종의 편의 제공으로는 볼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대한민국 내부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이는 무죄로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엔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청을 위해 운집했다. 이들은 선고가 끝나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하 대표와 함께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 대표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다행이지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악법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했다.
하 대표는 "착잡하다. 우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기에) 바깥에서 생활할 수 있는 건 다행이지만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어느 누구도 위법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제 나름대로 더 낮은 곳으로 민중과 함께 살고자 노력했다. 우리가 나서야 후세들이 더욱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 여기 있는 모두와 함께 같이 나서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uke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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