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계열사에 일감 몰아준 '풍경채' 제일건설…공정위, 과징금 97억 부과

핵심요약

오너· 배우자 소유 제이제이건설 등 계열사 2곳에 7건의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일감 제공
시공능력 없는 계열사의 건설실적 확보 위해 공동시공사로 참여시켜
공정위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 저해"

아파트 '풍경채'를 짓는 제일건설이 총수일가 소유의 계열회사에 공사 일감을 부당하게 제공해오다 적발돼 관련 회사들이 100억원에 까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건설이 계열사인 제이제이건설, 제이아이건설에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6억 8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회사별 과징금 규모는 제일건설 48억 4500만원, 제이제이건설 31억 4800만원, 제이아이건설 16억 9600만원이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주주 유재훈과 그의 배우자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건설사며, 제이아이건설은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 및 건설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며, 소위 '벌떼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풍경채'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지어왔다.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추었으나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역량이 없는 상태였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6년 8월부터 추첨으로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경우 1순위 청약 자격으로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을 요구하자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에서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몰아줬다.

이들이 1순위 청약 자격을 갖는 건설실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으로, 이들을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공동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참여시켰다.

제일건설의 제이제이건설에 4건, 제이아이건설에 3건의 지원행위로 제이제이건설은 1574억원의 시공매출과 138억원의 시공이익을, 제이아이건설은 848억원의 시공매출과 107억원의 시공이익을 각각 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공매출이 총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은 49.3%에 육박했다.

이를 통해 제이제이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상승하는 등 경쟁상 지위를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

특히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까지 채우면서 이들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실시한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고, 실제로 각각 1건씩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의 이 같은 지원행위가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하고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 지원행위를 제재한 사례"라고 밝혔다.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 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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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손경식 기자 chilj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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