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논란 이진호 왜 편집 안 했나 ‘코미디리벤지’ PD 답변은[EN:인터뷰③]

박수인 2024. 10.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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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박수인 기자]

(인터뷰 ②에서 계속)

권해봄 PD가 불법 도박 물의를 빚은 이진호를 편집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권해봄 PD는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예능 '코미디 리벤지' 인터뷰에서 불법 도박 논란이 불거진 이진호를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권해봄 PD는 "이진호 씨가 개인의 자격으로 출전했다면 조금 더 편집을 고민했을 수 있는데 '등촌동 메이커스'라는 팀으로 김용명 문세윤과 함께 나왔지 않나. 코미디라는 게 합이 있고 레퍼토리가 있기 때문에 편집을 해버리면 팀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사생활로 인해 팀 자체가 불이익을 받는 것도 힘들었고 편집하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쇼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팀 자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사생활이 팀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생각해서 불가피하게 편집 없이 내는 쪽으로 결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있었다고. 권해봄 PD는 이진호의 불법도박 논란이 불거진 제작발표회 당일을 떠올리며 "(이)경규 선배랑 얘기를 했는데 아쉬웠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어쩌겠냐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코미디 로얄'을 연출하며 했던 고민과 어려움도 있었다고. 권해봄 PD는 "여름에 촬영했고 10월에 공개 해서 그 사이에 어느 정도 텀이 있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 상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는 대신 릴리즈 기간이 늦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밈이나 시사 이슈를 녹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라운드별 구성도 개인 서사에 집중하는 로스팅이라든지 밈이 없이도 할 수 있는 판을 짜려고 노력했다. 김지유 씨가 3라운드에서 말년 병장 악귀를 연기했는데 이것을 설명을 할 것이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코미디를 설명하는 순간 그 코미디는 실패라고 하지 않나. 온가족이 같이 보는 코미디는 이제 좀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웃을 수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2인의 코미디언들의 코미디를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도 전했다. 권해봄 PD는 "저희도 어느 정도 대본이 있고 레퍼토리가 있는데 현장에 들어가면 즉흥성이 많아서 달라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지면 관객들과 가지고 놀면서 발전하기도 했다. 무대 바깥에서 볼 때도 무대 자체가 생물처럼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오히려 반대로 얘기하면 죽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2라운드 임프랍 배틀에서는 정극 배우부터 유튜버 등을 섭외하며 상황들을 만들어나갔다. 권해봄 PD는 "임프랍 라운드에서는 위험 부담이 많았다. 세트도 짓고 상황도 설정해야 하니까. 1라운드는 개그맨들에게 맡겼다면 2라운드는 제작진의 창작이 중요했던 라운드였다. 그래서 연습을 철저하게 했다. 코미디언들이 어떻게 애드리브를 칠 지 모르고 대응 방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되게 많이 연습했고 출전하지 않은 코미디언을 섭외해서 대역을 시켜봤다. 그랬더니 사고방식이 또 다르다고 느껴지더라. 그렇게 함으로써 철저하게 준비했다. 연기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코미디다 보니까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는데 가장 섭외하고 싶은 분들을 다 섭외했다. 재벌 회장의 전형 같은 분 섭외했고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릴 법한 분들을 섭외했다. 코미디라는 게 희극이고 어떠한 한 종류이지 않나. 그래서 연기자분들도 즐겁게 응하셨던 것 같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선을 잘 타야 하는 코미디인만큼 심의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권해봄 PD는 "(넷플릭스에서도) 사실 심의가 없진 않고 꽤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세 코미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코미디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선을 지키는 코미디에 대해 고민하고 또 코미디언들에게 가이드를 제시했다. 확실히 지상파보다는 열려 있고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코미디 로얄' 하면서 느낀 건데 심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청자들의 눈높이인 것 같다. 또 너무 뻔해지면 안 되니까 선을 잘 타면서 재밌고 반전을 느낄 수 있는 선을 잘 타가면서 해야겠다고 '코미디 로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 코미디 프로그램의 매력은 무엇일까. 권해봄 PD는 "코미디가 어렵다는 게 여러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선 효율이 안 좋다. 세 번에 걸쳐 녹화를 했는데 모여야 있는 시간이 네 다섯 번 된다. 한 번 모일 때마다 3, 4시간 회의하고 새벽까지 회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연기자들에게는 효율이 안 좋다. 그런데 같이 무언가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하나 하나 다 같이 짰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것이 나오기도 하고 던졌던 아이디어가 살아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모이는 교류와 희열이 있었다"고 답했다.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모르모트 PD'로 사랑 받았던 당시도 떠올렸다. 당시 연출자 겸 플레이어로서 활약했던 권해봄 PD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할 수밖에 없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막내 조연출이라 뭐든 다 해야 됐다. 상황적인 게 중요했던 것 같다. PD가 나와서 관종처럼 하면 싫어보일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한 지점을 시청자 분들도 이해주신 것 같다. 무보수라는 게 항상 따라왔었다"며 "좋은 기억이었고 PD로서 그게 없으면 권해봄을 기억해주시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좋은 자양분이 아니었나 한다. 출연자 분들 만났을 때 감정의 벽을 낮추는 게 되더라. '저 PD가 나를 이용해먹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너무 고마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꾸준히 예능,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해오면서 한국의 순수 코미디를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도 있을까. 권해봄 PD는 "사명감을 감히 제가 느낄 건 아닌 것 같다. 코미디의 중추도 아니고. 이걸 하고 싶은 이유는 코미디를 좋아하고 코미디언들의 열정을 존경하기 때문"이라며 "코미디가 로컬색이 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글로벌을 노리고 만들 수는 없다. 국내 시청자들을 겨냥하고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 사랑 받는 게 먼저고 국내에서 사랑 받는다면 외국에서도 그걸 보고 찾아보시더라. 꼭 겨냥해서 만들지 않더라도. 코미디언들 각자 다 좋은 재능들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들을 하다 보면 세계인의 취향에 맞는 코미디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3라운드는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코미디라 생각해서 포맷화 시키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미디 리벤지' 엔딩에서 코미디언들에게 물었듯 '코미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제게 코미디는 생물이다. 지금은 '개그콘서트' 부활했지만 종영했을 때도 있었지 않나. 그때 코미디가 끝났다고 했지만 너튜브로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고 계속 진화중인 것 같다. 코미디라는 장르는 계속 살아있는 것 같다. 플랫폼도 진화중에 있는 것 같다. 생물처럼 계속 살아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장르 연출 계획으로는 "다른 것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짜여진 코미디를 하다 보니까 리얼리티에도 관심이 가더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저는 예능 PD이고 다양한 예능을 탐색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지금 코미디언들과 함께 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걸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조금 더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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