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야구소년, 뉴욕을 구했다··· 기사회생 양키스, 불가능을 꿈꾼다
뉴욕 맨해튼에서 양키스를 응원하며 자랐던 야구 소년이 이제는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떠올랐다. 특급 유망주 앤서니 볼피가 만루홈런 한 방으로 침몰하던 양키스를 건져 올렸다. 월드시리즈 6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프레디 프리먼의 괴력보다 4연패로 시즌을 마칠 수는 없다는 양키스의 의지가 더 강했다. 양키스 역사상 월드리시즈 스윕패는 1976년 이후로 없었다.
뉴욕 양키스가 30일 홈에서 열린 월드시리즈(WS) 4차전에서 LA다저스를 11-4로 꺾고 시리즈 첫 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여전히 벼랑 끝 위기지만 일단 반격의 기반은 다졌다. 볼피가 3회말 만루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4타점 1볼넷 2도루로 팀을 이끌었다.
이날도 시작은 다저스였고, 프리먼이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프리먼이 2점 홈런을 때렸다. 1차전 끝내기 만루홈런부터 시작해 이번 시리즈 4경기 연속 홈런, 애틀랜타 소속이던 2021년 5·6차전부터 헤아리면 6경기 연속 홈런이다. 과거 휴스턴 조지 스프링어의 WS 5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뛰어넘었다. 최근까지 발목 부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프리먼이 4차전마저 괴력을 발휘하며 43년 만의 ‘클래식 시리즈’는 허무하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아니었다. 3회 볼피의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1-2, 1점 차로 맞이한 3회말. 2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볼피가 다저스 대니얼 허드슨의 초구 슬라이더를 망설이지 않고 잡아당겼다. 제구 잘 된 공이었지만 볼피의 타격이 워낙 좋았다. 양키스가 5-2로 전세를 뒤집었다.
양키스가 6-4 박빙 리드를 이어가던 8회, 다시 볼피가 빛났다.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간 볼피는 1·2루에서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며 3루를 훔쳤다. 그 사이 1루 주자까지 2루에 들어가며 순식간에 2·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후속 알렉스 버두고가 2루 땅볼을 때렸다. 다저스 전진 수비에 막히는 듯했다. 그러나 망설임 없는 볼피의 홈 쇄도에 당황한 탓인지 송구가 다소 옆으로 빗나갔다. 볼피가 그대로 홈 플레이트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귀중한 추가점을 냈다.
3점 차로 경기가 벌어졌고, 다저스의 집중력도 완전히 바닥이 났다. 글레이버 토레스가 허술한 상대 수비를 응징하듯 곧장 3점 홈런을 때렸다.
양키스는 31일 다시 양키스타디움 홈에서 5차전을 치른다. 에이스 게릿 콜이 선발 출격한다. WS 역사상 3연패 후 4연승이라는 ‘리버스 스윕’ 우승은 단 1차례도 없었다. 7전 4승제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뿐이었다. 보스턴을 맞아 3연승 후 4경기를 내리 패했던 양키스가 그 불명예의 주인공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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