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표면에 소금물이 흘렀다고?
‘진공·극저온’ 우주에서는 액체 물 유지 어려워
소금기 덕택에 최소 1시간 동안 표면 흘러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지름 530㎞짜리 소행성 ‘베스타’ 표면에서 액체 상태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대기가 없는 소행성 표면에서는 액체 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이례적인 것이다. 장거리 우주비행이 일반화했을 때 이 같은 소행성이 보급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29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웨스트연구소와 항공우주국(NASA) 등에 소속된 연구진이 태양계 내 소행성 베스타 표면에서 물이 흐른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행성과학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베스타는 태양과 약 3억5000만㎞(지구와 태양 거리 약 2.5배) 떨어진 소행성이다. 지름은 서울과 부산 거리(약 400㎞)보다 약간 긴 530㎞이다. 지구 같은 행성에 비하면 매우 작은 천체다.
연구진은 NASA의 무인 탐사선 ‘던’이 2010년대에 태양계를 비행하며 찍은 사진을 정밀 탐색하다가 베스타 표면에 물이 흐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잡힌 것 같은 다수의 표면 무늬가 액체 상태 물이 흐르며 지형을 변화시킨 흔적이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이상한 일이다. 중력이 약한 베스타에는 지구 같은 대기가 없다. 대기는 우주의 진공과 추위를 막는 방어막이다. 일반적으로 대기가 없는 곳에 노출된 액체 상태 물은 우주의 진공과 접촉하면서 바로 증발해버린다. 증발한 물은 우주를 지배하는 영하 100도 이하의 추위와 만나 얼음이 된다. 한마디로 액체 상태 물은 제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베스타에서는 액체 상태 물이 표면을 흐르며 흔적을 남길 정도로 꽤 오랜 시간 버틴 흔적이 나온 것이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베스타 표면을 흘렀던 물이 짰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구의 바닷물처럼 소금, 즉 염화나트륨을 머금었기 때문에 우주에 노출됐어도 바로 증발하거나 얼지 않고 최소 1시간을 액체 상태로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베스타 여기저기서 일어나며 지형에 변화를 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소금의 특성을 지구에서 실시한 실험으로 확인했다.
베스타에 있던 액체 상태 물은 애초 어디서 기원했을까. 연구진은 “베스타에 유성체(우주를 떠다니는 바위)가 충돌하며 지하에 있던 얼음이 표면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음은 유성체 충돌 때 생긴 에너지 때문에 액체 물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일반적이라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베스타 외에 다른 소행성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장거리 우주 여행이 일반화했을 때 물이 있는 소행성은 휴게소나 보급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주선 무게를 줄여 발사 비용을 절감하고, 여행 기간도 늘릴 수 있어 향후 소행성에 대한 연구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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