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하이브-민희진…‘어도어 정상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하이브 “어도어 정상화에 최선…노출된 문제 하나씩 해결”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법원이 어도어 대표 재선임을 요구하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하면서, 민 전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무산됐다. 하이브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어도어 정상화와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민 전 대표 측은 "끝까지 해보겠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법정에서 1승 1패씩을 주고받은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대립 구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두 번째 가처분 신청 각하…하이브와 1승1패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민 전 대표가 자신을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다시 선임하라며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가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을 말한다. 이로써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 복귀는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민 전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법원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첫 번째 가처분 신청에서 그의 손을 들어줬다. 하이브는 지난 4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민 전 대표의 해임을 추진한 바 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해임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후 하이브는 김주영 당시 사내이사를 어도어의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은 유지시켰다.
민 전 대표는 재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 재선임 안건으로 열리는 이사회에서 주주 간 계약을 근거로 하이브가 지명한 어도어 사내이사 3인에게 이 안건에 찬성하도록 지시해달라는 취지다. 지난 11일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뉴진스와 민 전 대표를 비방하거나 성과를 축소하는 '역바이럴' 및 차별 대우, 타 레이블의 뉴진스 표절 의혹 등을 제기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해지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어도어 대표로 복귀하지 못하면 뉴진스 활동에 지장이 초래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뉴진스와 어도어를 빼돌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했으며, 주주 간 계약의 비밀유지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표절 의혹 등도 전면 부정했다. 또 하이브가 대주주 자격으로 어도어 이사들에게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민 전 대표의 주장이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법원은 이사들이 하이브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가처분을 명하더라도 법적 효과가 생기지 않아 신청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이번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민 전 대표 측은 "법원은 주주 간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와 하이브가 선임한 어도어 이사들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해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을 경우, 하이브의 주주 간 계약 위반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결정은 법원이 하이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주주 간 계약의 충실한 이행과 뉴진스·어도어의 발전을 위해 하이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 어도어 갈등 장기화에 '외모 품평 논란'까지
법원의 가처분 각하로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대표이사 복귀는 무산됐지만,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불편한 동거는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하이브와 민 전 대표는 민‧형사 소송 등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말 한 행사 강연에서 하이브와의 소송으로 쓴 돈이 23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민 전 대표가 "끝까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겠단 입장을 드러낸 상황이라, 법적 대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민 전 대표는 김영대 음악평론가의 유튜브 채널 '스쿨 오브 뮤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제가 가처분 신청은 저의 결백함과 순수함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며 "끝까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거다. 나가려고 한 적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사들도 (이번 가처분 신청 같은) 전례가 없다고 했고, 승소 확률도 애초에 10~20%로 봤다. 그럼에도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하이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렇게 꺾이면, 자존심 때문에 받아주지 못하던 것도 (소송 때문에라도) 받아줄 수 있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민 전 대표는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하이브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도 말했다. 엔터업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이브 및 산하 레이블 최고 책임자들인 'C레벨' 에게 발송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님' '놀랄만큼 못생겼음' '못생김의 시너지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싶음'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민 전 대표와의 갈등 장기화에 더해 아이돌 외모 품평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하이브는 이번 법원 결정을 전환점으로 어도어 정상화 및 인적 쇄신 등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하이브는 법원 결정에 대해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어도어 정상화, 멀티 레이블 고도화,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상 하이브 CEO는 각하 결정이 난 직후인 29일 오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출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7개월여 동안 지속돼 온 혼란 국면이 전환점을 맞게 됐고, 여러 사안들이 정리될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가장 중요한 뉴진스 프로듀서 재계약에 있어 빠른 시간 안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분쟁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인적 쇄신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상과 범위에 있어서는 회사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판단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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