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채’ 제일건설에 과징금 97억…총수일가 계열사 부당지원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아파트 브랜드 ‘풍경채’를 운영하는 제일건설이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에 아파트 시공 일감을 부당지원했다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30일 “제일건설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한 계열사를 공동 시공사로 선정하고,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부당하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제일건설 그룹은 자산총액 약 3조9천억원 수준의 중견 기업집단이다.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건설사인 제일건설이 시공능력이 부족한 계열사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일감을 부당지원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2023년 12월 기준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 최대주주 유재훈씨(75.40%)와 배우자 박현해씨(24.55%)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제이아이건설은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소유하는 구조다.

2023년 12월 기준 제일건설 기업집단 주요 계열사 소유지배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에서 두 회사를 공동 시공사로 선정했다. 일반적으로 공동 시공은 신용·면허·시공능력의 보강이 필요할 때 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일건설은 특별한 이점이 없는데도 사업역량이 부족한 두 계열사와 공동 시공에 나섰다.

제이제이건설은 이런 지원행위를 통해 2016∼2020년 1574억원의 시공매출을 올려 138억원의 시공이익을 챙겼다. 제이아이건설도 2017∼2023년에 각각 848억원과 107억원의 시공매출과 시공이익을 냈다. 이 기간 두 회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각각 1337위에서 205위로, 546위에서 405위로 껑충 뛰었다.

두 회사는 제일건설 지원 행위를 통해 확보한 건설실적에 기반해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손쉽게 충족시켰고, 실제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는 각각 1건씩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돼 막대한 시행 이익을 확보했다”며 “제이제이건설은 2018년 100억원을 배당하는 등 총수일가의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의 지원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총 96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각 제일건설에 48억4500만원, 제이제이건설에 31억4800만원, 제이아이건설에 16억9600만원이 부과됐다. 다만, 공정위는 위법성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한용호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제일건설은 부당지원행위를 통해 공공택지 분양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며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