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에 ‘벌떼입찰’도…제일건설 등에 과징금 96억

중견기업 제일건설이 총수일가 소유의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 지원을 했다 96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건설이 계열사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준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6억 8,900만 원을 물린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 최대 주주인 유재훈 부회장과 그의 배우자 박현해 씨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중 제이제이건설은 2018년 총수일가에 배당금 100억 원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분양 추첨에 다수 계열사들을 대거 참여시키는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확보하고, ‘풍경채’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2016년 8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일정 주택 건설 실적을 갖춘 건설사들만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제일건설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일감을 주기 시작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부당 지원 전까지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아파트 건설 실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이제이건설은 토목건축 공사 면허를 받은 지 8개월 만에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7건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을 공동 시공사로 정했습니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과 2016년부터 4년간 개발사업 4건을 공동 시공했습니다. 화성동탄A96, 울산송정B4, 서울항동7, 시흥장현B4 사업 등입니다.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과 2017년부터 6년간 시흥은계B4, 시흥장현B5, 파주운정A10 등 개발사업 3건을 공동 시공했습니다.

이 지원 행위의 결과, 제이제이건설은 1,574억 원의 시공 매출과 138억 원의 시공 이익을 얻었습니다. 제이아이건설은 위반 기간 848억 원의 시공 매출과 107억 원의 시공 이익을 봤습니다.

이 기간에 ‘부당 지원’으로 얻은 시공 매출이 총 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이 49.3%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공능령평가 순위도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올랐습니다.

공정위는 또 제일건설의 부당 지원 행위로 인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건설 실적을 쌓으면서,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고 봤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제일건설에 과징금 48억 4,500만 원을, 지원 객체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 과징금 각각 31억 4,800만 원과 16억 9,6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 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주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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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