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합종연횡’ 패권전쟁… 한국기업도 ‘미래차 협력’ 절실[ ‘고립 위기’ 첨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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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가 2차전지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내부화 작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만큼 경쟁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 등 상호 의존적이자 윈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발과 생산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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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체들, 반도체 내부화 속도
토요타 - 덴소·GM - 퀄컴도 협업
현대차 - 삼성전자, 시너지 기대
이종산업간 협력모델 만들어야
자동차 업계가 2차전지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내부화 작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특히 처음부터 전기차로 출발한 테슬라와 비야디(BYD)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토요타·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종 산업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신(新)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만큼 경쟁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 등 상호 의존적이자 윈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4년 548억5000만 달러(약 76조 원)에서 2031년 828억2000만 달러(약 115조 원)로 연평균 5.8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기차 보급·자율주행 기술 발전·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기능 확대 등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를 제어하려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지만 전기차에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래차 경쟁의 선두에 있는 테슬라는 자율주행·인공지능(AI) 연산 반도체 설계에서 이미 엔비디아를 제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축적했다. 이 기술은 다시 자율주행·테슬라보험(실시간 주행 데이터 기반 월 단위 가변형 보험)·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즌 2·로보택시 등으로 이어지며 다운스트림 통합도 완성 단계를 향하고 있다. BYD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을 유지하며 전력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시스템 반도체 내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연기관차 강자인 토요타는 덴소와 함께 자율주행과 전동화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를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래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2020년 신설한 사업부 카리아드를 통해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고 있고, GM은 퀄컴·NXP와 손잡고 전기차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자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를 매개로 손을 잡으며 미래차 협업의 물꼬를 텄다.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서 철수한 뒤에도 전략적 협력에 거리를 뒀던 양사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2025년을 목표로 현대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유럽이나 미국 쪽 사람들과 만나보면 한국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미래차를 선도할 제조업 기반이 다 갖춰져 있는데 왜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며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대기업 간 대결 구도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제는 지나친 경쟁보단 새로운 성장 모델 창출을 위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발과 생산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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