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손잡은 신동국 회장, 소액주주 만난다… 한미사이언스 주총 두고 표심 잡기 경쟁
형제 “외부 투자 유치해야 가치 상승”
다음 달 열리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 중인 창업주 일가들이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열리는 표 대결이 경영권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간담회를 갖는다.
신 회장은 창업주 일가의 모녀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과 대주주 3자 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창업주 일가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대표 형제와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앞서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차남 임종훈 대표 측이 각각 7월과 8월 소액주주연대를 직접 만나 대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3자 연합과 형제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운영 방안에 관한 답변서를 받았다. 주주연대가 지난 24일 3자 연합과 형제 측에 내용 증명 형태로 회사 운영 방안과 각종 의혹에 관해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우선 형제 측은 답변서에서 “한미약품그룹의 ‘중장기 전략’ 공시와 더불어 임시 주주총회 전에 주주환원 정책을 담은 ‘밸류업 전략(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같이 공시하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자 유치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 해결과 한미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했다. 형제는 여전히 ‘외부 투자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3자 연합은 신동국 회장 명의로 낸 답변서에서 “형제가 추진하는 투자는 외형상 투자일뿐, 결국은 과도한 자신들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목적이 전제됐다고 누구라도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저(신동국)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10만원 수준일 때도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밝혓다. 그러면서 “한미약품그룹은 (외부 투자가 아닌) 혁신적인 신약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오너 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연대가 제기한 상속세 해결에 관한 질문에 대해 형제 측은 “가족이 마음을 모아 상속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모녀는 앞서 신 회장과의 지분 거래로 상속세 재원을 해결했다.
오는 11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이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정원 확대다. 앞서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최대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에 관한 안건과,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다. 현재 이사는 9명인데, 두 안건이 통과되면 11명이 된다. 이사 선임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정관 변경은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신 회장과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성해 지분 48.13%를 보유한 최대 주주 집단이 됐다. 하지만 아직 그룹 경영권을 탈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차남 임종훈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가 그룹의 핵심 회사인 한미약품 경영과 임직원의 업무에도 관여하면서 한미약품과도 여러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경영권 분쟁 1라운드 표 대결에서 신 회장이 손을 들어줘 형제가 경영권 승기를 잡았다. 장·차남은 각각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대표를 맡아 경영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가 지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대표가 되지 못했고, 신 회장이 다시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려면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3자 연합이 신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지주사 이사회에 진입하고, 정관을 변경하고자 임시 주총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반면, 형제가 경영권 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3자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막아야 한다. 만약 주총에서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된다면, 현재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등 형제 측이 5대 4로 우위에 있는 이사회 구도가 5대 6으로 3자 연합으로 기울 수 있다.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되고 이사 후보 가운데 1명만 선임된다면, 이사회 구도가 5대 5가 돼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형제가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했다.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형제 측 이사 후보 중 임종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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