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적 대응=살상무기 지원?'…선명한 득실, 커지는 딜레마
대러 관계 악화·트럼프 '조기종식' 선언·국내 반발 여론 등 변수와 리스크
[편집자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북러의 '위험한 질주'의 정점을 찍는 도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뉴스1은 '마감 없는 기획'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개입과 이로 인한 전황 및 정세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전장 상황에 따른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방침이 굳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국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은 이례적인 만큼 득실도 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9일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러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에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며칠 새 북한군의 파병 동향이 구체화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도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실효적·단계적 대응 조치'로까지 구체화 되며 정부의 공식 시나리오로 굳어진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외교적, 정치적 부담이 있는 조치로 여겨지고 있다. 정부는 외교적 조치→방어용 무기 지원→살상용 무기 지원으로 이번 사태의 대응 방향을 확정했는데, 살상용 무기 지원 방침을 구체화하고 이를 공표한 것 자체는 아직 '외교적 조치'로 여겨진다.
정부는 일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표단을 보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대북·정보·심리전 분야 정예요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도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건은 북한군의 동향인데, 북한군이 정식으로 전선에 배치되거나 편제를 갖춰 전투에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 방어용·살상용 무기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방어용 무기로는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Ⅰ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는 재밍 드론과 재밍 내성 드론 등이 거론된다.
살상용 무기로는 우리 군 전력인 △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155mm 포탄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그동안 해당 포탄을 미국에 '판매'가 아닌 '대여'의 방식으로 제공해 왔고, 이는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한다는 부담을 피하면서도 한미 동맹에 적절하게 호응하는 절충적 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펜실베니아에 위치한 155mm 포탄 생산 공장을 직접 방문할 만큼 여전히 해당 무기에 대한 수요가 크고, 북한군의 파병이 이뤄진 뒤엔 한국의 직접 지원을 더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살상무기의 '직접 지원'은 국내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무역법 제26조는 전쟁 불개입과 살상무기의 수출 금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전략무기 지원은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와 국가안보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방어용 무기라는 개념을 제시했지만 방어용 무기와 살상용 무기를 구분하는 통용되는 기준은 없기 때문에 방어용 무기 지원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만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와 국가안보'라는 기준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 질서와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므로 '무기 지원이 곧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세운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북한군이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핵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M) 관련 기술을 이전받고 현대전 경험을 쌓음으로써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주장은 일면 정당화될 수 있다.
또, 미국·유럽과의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뒤따르는 리스크도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무기 지원이 이뤄질 경우 앞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주일도 안 남은 미국 대선도 변수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쟁을 조기종식하겠다"라고 공언해 왔다. 정부의 무기 지원 결정 후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다소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기 지원에 대한 국민의 반대 여론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 '어떤 지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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