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이 궁금해한다”... 조작 여론조사, 윤석열 후보 ‘직보’ 정황

임선응 2024. 10. 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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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가 실질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시기에 최소 8건의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조작을 실행하던 당일 윤석열 후보가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30일에도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드는 수법을 통해, 윤석열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조작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조작 실행 당일인 9월 30일 오전,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 후보가 궁금해하니, 빨리 좀 해달라”고 말하는 육성을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명태균 ‘조작 여론조사’ 8건, 누가 활용했나?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풀어야 할 의혹 중 하나는, 치열했던 경선 국면에서 명 씨가 조작한 8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누가 활용했는지 규명하는 것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드는 수법으로 최소 8건의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다. (관련 기사: 윤 VS 홍 뒤집힌 여론조사, 최소 8건 조작 확인... 명태균 “외부 유출하는 거” / https://newstapa.org/article/_VFZ-)

여론조사 조작이 있었던 2021년 9월 29일 당일, “외부에 유출하는 거”라고 말하는 명 씨의 육성이 공개됐지만, 명 씨는 여전히 외부 유출을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조작된 여론조사가 윤석열 후보 측에 흘러 들어갔음을 추정할 수 있는 명 씨의 또다른 전화녹음 파일을 추가로 확인했다.

2021년 9월 30일의 조작 여론조사, 윤석열 후보 측에 전달 정황 확인

2021년 9월 30일. 전날에 이어 이날도 미래한국연구소는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 강혜경 씨에게 이날 실시하는 여론조사와 관련한 아래와 같은 지시를 내린다.

●명태균 / 여론조사 돌리는 거 하고 있어요?
○강혜경 / 아직 시작 못했습니다.
●명태균 / 4명 중에 항상 물어보는 게 최종 경선에.
○강혜경 / 네.
●명태균 / 윤석열, 유승민 그다음에 저 누구지? 홍준표. 그다음에 황교안이 한번 넣고.
○강혜경 / 황교안 넣고? 어제 빼라고 하셨는데. 넣을까요? 원희룡 하태경, 최재영 이렇게 3명 넣으라 하셨거든요. 
-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녹음파일 (2021년 9월 30일 오전 10시 46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이날의 여론조사 역시, 29일과 마찬가지로 이틀 연속 조작됐다. 조작 수법은 ‘가짜 응답완료 샘플’ 만들기였다. 

실제로 ARS 전화 여론조사가 이뤄져 응답이 완료된 샘플 앞에는 ‘엔드(End)’를 뜻하는 알파벳 대문자 ‘E’가 표시되는데, 모두 ‘1,015개’로 확인된다.

▲실제로 ARS 전화 여론조사가 이뤄져 응답완료된 샘플의 수. 1,015개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응답완료 샘플 수를, 2배 가량 많은 ‘2,008’개로 조작했다. ARS 전화를 걸지도 않고서 1,000개에 가까운 응답완료 샘플을 가짜로 만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는 응답완료 샘플의 수. 2,008개다.

조작 전, 정상적인 응답완료 샘플을 기준으로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38.4%, 홍준표 후보는 28.6%. 차이가 9.8%p였다. 그러나 1,000개의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넣은 조작 결과는 두 후보의 지지도가 각각 36.5%, 25.6%로 10.9%p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조작을 통해 두 후보 간의 지지도 격차를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벌려놓은 것이다.

이렇게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조사 조작을 실행하던 날의 아침. 명 씨는 강 씨와의 전화통화 마지막에 “윤 총장”, 그러니까 “윤석열 후보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궁금해하니 빨리 좀 해달라”고 말한다.

●명태균 / 그러면 그걸 교차 분석하면은 앞에 야당 의원 중 여당 그 사람 교체하면은 나머지 떨어진 표들이 어디로 갔는지 다 표 나재.
○강혜경 / 네.
●명태균 / 그것 좀 빨리 좀 해줬으면 좋겠어. 아까 윤 총장 전화했는데… 궁금해하더라고.
○강혜경 / 알겠습니다.

-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녹음파일 (2021년 9월 30일 오전 10시 46분)

“윤석열 후보가 궁금해하니 빨리 좀 해달라”고 독촉한 건 뭘까. 명 씨와 강 씨의 전화통화 내용으로 봤을 때, 이날 조작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 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하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시기부터, 윤석열 후보가 명 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을 정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윤 후보 측이 명 씨부터 조작된 여론조사를 보고받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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