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자본 확충, 금융당국 요청에 제동 … 전세보증 ‘빨간불’ 켜졌다

심윤지·김지혜 기자 2024. 10. 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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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로 17일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자본 확충을 위한 채권 발행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위원회가 ‘관계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발급은 전면 중단된다. 디딤돌 등 정책대출 확대에 이어 HUG의 채권 발행까지 국토부와 금융위 간 ‘정책 엇박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국토부와 HUG에 따르면 HUG는 최대 7000억원 규모로 준비했던 신종자본증권 발행 절차를 지난 29일 연기했다. HUG는 지난주 금융당국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가 “관계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관련 절차 중단을 통보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가계부채 확대를 우려해 HUG의 채권발행을 반대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HUG가 자본을 확충해 전세금반환보증이 늘어나게 되면, 시장에 전세대출을 확대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그러나 HUG의 채권 발행 절차 중단과 정책대출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HUG가 제출한 자료에 일부 미비점이 발견돼 보완을 요청한 것일 뿐, 채권 발행을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고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일반 투자자들에 대해 (공모를) 왜 하는지 등의 부분이 충실히 공시될 필요가 있었다”며 “이는 HUG과 금융당국이 당연히 협의해야 할 부분으로, 정책대출과는 무관하다”이라고 말했다.

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2022년 전세사기·깡통전세 여파로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HUG는 지난해에만 대위변제액으로 3조5444억원을 쓴데 이어 올해 1~9월에도 3조220억원을 썼다. 반면 회수율은 10%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HUG의 자본금은 2022년 5조5916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99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손실 누적으로 자본금이 하락하면서 HUG의 보증 발급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주택도시기금법 상 HUG는 자기자본의 90배까지만 보증을 설 수 있는데, HUG 내부에서는 올해 4분기 말 보증배수가 132.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출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내년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비롯한 신규 보증 발급은 전면 중단된다.

부처 간 엇박자로 보증 중단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와 금융위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투자자 보호, 채권시장 영향 등에 대해 관련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대출 확대를 둘러싼 혼선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금융위 등 관계부처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긴밀히 협의중”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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