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물폭탄도 200년 홍수도 끄떡없다' 영광의 '젖줄' 지키는 불갑저수지
전남 영광군 불갑저수지 다음달 20일 준공식 예정
국내 첫 PK물넘이…방류능력·경제성 2배 이상 우수
[영광=뉴시스]임소현 기자 = 예고 없는 '물폭탄'이 잦았던 올해, 이상기후의 한 가운데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요즘이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농경지 침수 가능성도 커져 우리 농민들의 근심과 걱정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담아 저수지 '치수능력확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존 저수지에 물넘이를 확정해 홍수 등 수해 대응 능력을 확대해 대형 재해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도입하는 신설 물넘이를 적용한 복합형 여수로를 보유하게 된 영광의 '젖줄', 불갑저수지를 다녀왔다.
지난 29일 전남 영광군 불갑면 녹산리 일원에 위치한 '불갑저수지'. 주민편의시설로 조성되는 '빛담공원' 부지에 들어서자 막바지 공사를 위한 트럭과 굴삭기가 서로를 스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 달 20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불갑저수지는 농어촌공사의 '치수능력확대사업'의 마지막 대규모 저수지다. 2018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98.2% 가량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사업비 총 730억7500만원이 투입됐으며 올해 예산만 120억원이다.
새롭게 설치됐다는 물넘이와 수문을 살펴보기 위해 조금 더 저수지 쪽으로 오르자 탁 트인 수변 풍광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어딘가 낯선 모습의 물넘이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곳에 신설된 물넘이는 'PK(Piano Key)물넘이(Weir)'로 국내에서는 처음 도입됐다. 이름 그대로 물넘이의 모습이 피아노 건반을 닮아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자형이 아닌 각진 모양의 건반이 여러개 나열돼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PK웨어를 활용한 것은 최초 사례지만 이미 프랑스, 베트남, 스코틀랜드 등에 설치돼 실제 이용되고 있다. PK웨어는 동일폭 기준으로 방류능력과 경제성이 선형웨어 대비 2~3.5배 가량 우수하다.
한 면으로 흘려보내는 물을 세 면으로 나눠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인데 불갑저수지는 이 PK웨어 도입으로 초당 212㎥의 물을 더 흘려보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200년 빈도 홍수량까지는 수문을 열지 않고도 이 PK웨어와 기존 측수로만으로 유지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농어촌공사의 설명이다.
불갑저수지는 관개면적 3218㏊로 농어촌공사 영광지사가 관리하는 농경지의 약 52%, 즉 절반 이상에 용수를 공급한다. 전남에서 다섯 번째로 큰 저수지고, 영광군의 젖줄로 불리는 곳이다.
2002년 태풍 '루사' 이후 기상이변에 대한 저수지 재해 위험 우려가 커지자 이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재해대비 수리시설 설계기준을 개정했는데 불갑저수지가 가능최대홍수량(PMF)을 적용해야 하는 조건에 해당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수지의 목적이 물을 이용한다는 의미의 '이수'였다면 지금은 물을 다스린다고 해서 '치수'라고 한다"며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을 때 저수지 제당 밑에 마을과 농경지가 많은데 물넘이로 물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이 넘어설 때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치수능력확대사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갑저수지는 PK웨어를 적용한 복합형 여수로의 완결판인 셈이다. 기존 직선형 물넘이로는 초당 438㎥의 호우량을 내려보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 신설된 PK웨어로 212㎥(12%), 수문(오리피스 레디얼게이트)로 1056㎥(63%)의 호우량을 분배해 흘려보낼 수 있게 됐다.
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치수능력확대사업 대상 대규모 저수지(저수용량 500만㎥·유역면적 2500㏊이상)는 총 4곳으로 이미 3곳은 준공됐다. 중·소규모 저수지(저수용량 30만㎥이상) 중 하류부 주거밀집 등 인명·재산 피해가 큰 공사 관리 저수지에도 중·소규모 치수능력확대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농어촌공사는 치수능력확대사업 외에도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진행하는 등 기상이변 대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위치한 장성호는 둑높이기 사업으로 1500만㎥의 유효저수량이 늘어났다. 불갑저수지의 유효저수량이 1520만㎥인 것을 감안하면 둑높이기 사업으로 불갑저수지가 한 곳 더 늘어난 셈이다.
농어촌공사 측은 "기존 농업용저수지(댐)는 용수공급 목적만으로 개발돼 홍수조절능력이 없어 집중호우 등 기후위기에 방어능력이 매우 취약해 대규모 인명·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저수지의 조속한 재해대처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재해대처능력 확보가 필요한 중·소규모 저수지 26개를 우선 선정, 내년 치수능력확대사업 예산에 신규 반영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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