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51] 한국에서 ‘유도가(柔道家)’ 보다 ‘유도인(柔道人)’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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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출신 조재기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한 모임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나라에선 유도인이라고 하지만 유도의 발상지인 일본에선 유도가라고 말합니다. 국제적으로도 유도가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살려 'Judoka'라고 하지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유도가가 아닌 유도인이라고 말했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원산지 용어를 우리식으로 바꿔 말한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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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가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유도(柔道)’에 ‘집 가(家)’를 붙여 유도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현역 선수나 이미 은퇴한 사람을 호칭으로 용어로 사용한다. 보통 남녀 공용으로 사용한다. ‘집 가(家)’는 가족, 전문가 등을 뜻하는 한자어이다. 예술가(藝術家), 음악가(音樂家), 무용가(舞踊家), 화가(畫家), 소설가(小說家), 건축가(建築家)라고 말할 때 쓰는 말이다. (본 코너 (본 코너 1234회 ‘유도에서 왜 ‘일본어’를 사용할까‘ 참조)
허나 국내 스포츠계에선 종목 명칭 뒤에 ‘가(家)’ 보다 ‘사람 인(人)’자를 붙여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 체육가(體育家)라고 하지 않고 체육인(體育人)이라고 말한다. 유도인, 농구인, 축구인 등으로 종목 뒤에도 ‘사람 인’을 붙여 쓴다.
우리나라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유도가라는 말을 쓰다가 해방이후부터 유도인이라는 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55년 10월8일자 ‘구라파유도행각(歐羅巴柔道行脚)’ 기사에 ‘우리 사절단행(使節團行)은 서서국내(瑞西國內) 십여개(十餘個) 도시(都市)에서 천여명(千餘名)에 달(達)하는 유도인(柔道人)을지도(指導)하였는데’라고 보도했다. 1950년대에 이미 유도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으로부터 유도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기독교청년회(YMCA) 유도부는 1928년 유도용어를 우리말로 제정해 사용했다. 이후 평소 훈련은 물론 기독청년회가 주최하는 단체유도대회에서 우리말로 전경기가 진행됐다. 해방이후 한국어 유도 용어는 다시 부활했다. 조선일보 1946년 11월9일자 ‘유도술어제정(柔道術語制定)‘ 기사는 ’조선연무관(朝鮮硏武舘)에서는 해방후 조선(解放後朝鮮)의고대유술(古代柔術)을 연완(研完)하며 우리 조선(朝鮮)의 새로운 무술(武術)를 창성(創成)하고저 유도연구회(柔道硏究會)를 조직(組織)하고 노력중(努力中)이던바 이번에 조선어학회(朝鮮語學會)의 협조(協助)를 얻어 유도술어(柔道術語)를 연구제정(研究制定)하여 과거 일본(過去日本)말로 쓰던 용어(用語)를 전부(全部) 우리말로 고쳐서 불으게 되었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한유도회는 1970년대부터 한국유도의 세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심판원들은 국내 경기에서 국제용어인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동아일보 1975년 5월3일자 ‘柔道(유도) 심판用語(용어) 日本語(일본어) 쓰기로’ 기사는 이제까지 우리말로 심판용어를 사용해온 유도 경기를 국제유도연맹 경기 심판규정의 용어가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국제경기에 나가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어를 사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도를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유도인이라는 말은 우리식 표현으로 아직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 (본 코너 1242회 ‘왜 유도 용어를 국내에선 한국어로 쓸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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