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CEO “‘제로금리’ 시대 종말 맞았다”

“미-중 경쟁 격화·보호 무역주의 부활로 인플레이션 압력 커져”
JP모건 회장 “인플레이션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29일(현지 시각)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최고경영자(CEO)가 과거와 같은 '제로금리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맞았다고 언급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최고경영자(CEO)가 과거와 같은 '제로금리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맞았다고 언급했다.

29일(현지 시각) 픽 CEO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의 패널로 참석해 "(금리 억제를 통한) 금융 억제, 제로금리, 제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고, 세계는 도전받을 것"이라며 "'역사의 종언'은 끝났고, 지정학적 긴장이 되돌아오고 향후 수 십년간 도전 과제 중 일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픽 CEO가 언급한 '역사의 종언'은 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난 1992년 낸 저서의 제목이다. 이데올로기 전쟁의 종식과 자유민주주의 승리에 관한 통찰을 다룬 책이다. 

픽 CEO는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부양책과 제로금리 정책을 맞았고,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사업 계획 없이 상장할 수 있었으며, 지난 18개월간 (금리 인상이라는) 거친 시기를 거치긴 했지만 별다른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더 정상화된 리듬을 느낀다"며 "이는 (기업이) 상장사로 유지하는 게 더 힘들어졌음을 의미한다"라고 발언했다.

픽 CEO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경쟁 격화와 보호 무역주의 부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경기가 어려워져도 과거와 같은 초저금리 정책에 다시 의존하기 힘들 것을 시사한다. 또한, 과거 초저금리 덕에 사업을 쉽게 확장했던 기업들이 이제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함께 뜻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른 월가 주요 CEO들 역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이날 패널에 참석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그동안 봐왔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내재한 세상에 살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금리를 빨리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전날 열린 전미은행가협회 연차 총회에서 인플레이션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의 위험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