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인권위 사무총장 "안창호 청문회 보며 사퇴 결심.. 국제사회도 인권위 주목"
-안창호 ‘성소수자’ 발언에 참혹.. 보좌할 새 사무총장 찾아야
-김용원-이충상 '자리 배치' 트집 등 부당한 요구로 인권위 흔들어
-조사관들 보고서 늘 폄훼 당하거나 뒤집혀.. 일할 맛 나겠나
-합의제 정신 깬 운영규칙 변경, 진정인 이익 부합하나?
-권고 수치는 역대 최악... 내부 혼란스러운데, 누가 문 두드리겠나
-새 술은 새 부대에... 제가 떠나면서 인권위 갈등 사라지길
-인권위, GANHRI(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특별 심사대상 오를 수도 박진>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 진행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박진 사무총장이 이달 말까지, 이달 말이라고 해야 내일인데요. 이달 말까지만 근무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엊그제에는 퇴임식을 갖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인권위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박진 사무총장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박진 > 네,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사퇴를 최종 결심한 시점이 언제였어요?
☏ 박진 > 마음은 인사청문회를 보면서부터 사실은 먹기 시작했습니다.
☏ 진행자 > 위원장 인사청문회 말씀하시는 거예요?
☏ 박진 > 네, 그렇습니다.
☏ 진행자 > 어떤 대목 때문에 그렇게 결심하신 걸까요?
☏ 박진 > 인권위의 기본적인 입장과 많이 다르시다. 제 생각과 너무 멀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진행자 > 그래요. 지금 인권위원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에 그렇게 처음에 우려하셨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체감하시는 겁니까?
☏ 박진 >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인권위에 상임위원들과의 내홍이 있는 건 알고 계실 테고요. 비상식적인 요구였다고 생각하는데 송두환 위원장님은 온몸으로 막아주셨습니다. 어떤 모욕을 당해도. 예를 들면 상임위원회 자리 배치를 트집 잡았는데 왜 사무처 따위가 위원들과 자리를 같이 하냐 이런 요구였어요. 그런데 최근 안 위원장님 들어온 이후 단 한 차례도 아직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유는 두 상임위원이 자리 배치를 바꾸지 않으면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것 같습니다. 안 위원장님이 전원위원회에서도 그런 발언을 했는데 자리 배치 문제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는 이런 요구는 단호히 거절하셔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위원장님께서 일단 명분 없는 주장이니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고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고요. 다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런 부당한 요구들이 인권위를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은 그걸 막아야 되고요. 본인이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요. 저는 많은 순간 답답했습니다.
☏ 진행자 > 지금 사무처 따위라는 표현까지 등장을 했다고 말씀을 주셨는데 근데 이렇게 돼버리면 결국은 사무처에 직접적으로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그러면 조사관들 일선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실제로 조사하는 조사관들의 지금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박진 > 우리 위원회가 회의가 여러 개죠. 공식적인 회의가 소위원회가 있고 사건을 다루는 소위원회, 그리고 주로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원회 그리고 모든 위원들이 모여서 전원위원회는 다양한 여러 가지 것들이 올라오는데요. 중요한. 거기에 보고서를 쓰는 게 우리 직원들이고 조사관들이죠. 조사관 보고서 자체가 늘 폄훼당하고 그리고 번번이 인용으로 썼던 것들이 뒤집히고 이런 상황에서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그 대표적인 사건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채수근 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 사건, 정의연 사건, 말로 다 할 수 없는 많은 안건들이 있었습니다.
☏ 진행자 > 그래요. 3인으로 운영되던 소위원회 이걸 4인 체제로 바꾸고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진정 사건을 기각할 수 있게끔 규정을 변경했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 겁니까?
☏ 박진 > 인권위가 사실은 합의제 정신으로 23년 동안 일했습니다. 이견이 당연히 있겠죠. 의견이 다양한 곳에서 오니까요. 그런데 토론하고 숙의하고 인권 당사자들의 요구나 인권 증진을 위해서 끊임없이 그런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이 비롯된 것이 침해1소위에서 김용원 위원이 본인은 어쨌든 이걸 인용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는 생각을 말하며 위원 3인이 합의해서 전원위원회로 보내든 기각을 하든 인용을 하든 이 모든 결정을 뒤집으면서 사건이 발생을 했는데요. 그 건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이미 판단이 끝났거든요. 기존에 인권위의 판단이 맞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운영규칙을 바꾸면서 그 원칙을 깨버렸다는 것은 저는 이 합의제 정신 자체를 깨버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진정인의 이익에 부합하냐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느냐 도저히 납득되지 않습니다.
☏ 진행자 > 사실 2명의 상임위원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의 여러 가지 행적이 보도를 탄 바가 있었고 또 논란이 된 바가 있었습니다. 근데 혹시 그 뒤에 진정 사건 열어서 접수가 줄어든다든지 이런 국민적 반응이 실제로 체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까?
☏ 박진 > 실제로 인권위 창립 이후에 권고는 최악의 수치로 떨어졌습니다. 10%대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접수 자체가 1천 건 이상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는 명징하게 지금 인권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하고요. 당연히 국민들의 기대가 낮아질 수밖에 없겠죠. 인권위 문을 두드리고 싶던 사람들도 인권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포기하지 않겠습니까. 과연 이 정부가 저는 인권에 대한 기대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파도가 밀려올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은신처조차 찾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는 마지막 보루라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도 그걸 들으면서 권고하고 의견 표명하고 심지어는 기각 하나 각하 하나도 신중히 판단해 왔거든요. 그것이 인권위의 역사였습니다. 앞으로 오늘을 역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날이라고 기억할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바로 그런 우려 때문이라도 조금 더 버티셨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올 법한데요.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박진 > 글쎄요. 저는 사실 안창호 위원장님과 굉장히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아마 사사건건이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겠죠. 저는 반대할 테니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안창호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인권관이 국제 사회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런 분을 보좌할 사무총장으로서 저는 적임자가 아닙니다. 저는 안 위원장님의 성소수자에 대한 발언에는 참혹함을 느꼈습니다. 두 위원들의 그 비합리적인 요구를 온몸으로 막았던 송두환 위원장님과 비교되고요. 떠나는 게 맞습니다.
☏ 진행자 > 혹시 그러면 이런 결정이 총장님 선에서 끝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직원들이나 위원들로까지 연결이 될 수 있는 건지도 궁금한데 혹시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까?
☏ 박진 > 그거야 남의 일이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떠나면서 이 모든 제 문제의식이나 갈등들이 사라지고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인권위원회가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인권위 본연의 사명에 대해서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 잊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특히 위원들은 사무처 직원들을 폄하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단호히 막아줘야 되고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짧게 혹시 지금 인권위의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국제사회에도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 박진 > 최근에 GANHRI라고 국가인권기구들의 세계연합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거기에 특별 심사 대상으로 어쨌든 저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는 NGO들이 국제 사회에 청원해서 그런 기로에 있는 겁니다.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등급 보류란 불명예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네, 말씀 여기까지 들어야 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 박진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박진 사무총장이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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