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림프관확장증, 정확한 진단으로 맞춤형 치료 필요[고려앤벳]

박소영 수의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2024. 10. 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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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소영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장질환센터장

[편집자주] 동물병원에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환견, 환묘들이 내원합니다. '뉴스1'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벳)들이 들려주는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연재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 애묘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진료 받는 강아지(이미지투데이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박소영 수의사 = 개, 고양이에서 발생하는 장의 림프관확장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림프관확장증을 알려면 먼저 장 림프관의 역할과 전신 순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심장에서 뿜어낸 산소가 가득한 혈액은 동맥을 타고 전신의 조직에 산소를 제공한 뒤 정맥을 타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때 세포 사이사이에 남은 조직액은 림프모세혈관을 통해 림프관으로 들어와 림프액을 형성하고, 쇄골 근처의 정맥에서 혈액으로 합류해 심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제로 혈관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림프관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이 상수도라면, 림프관은 하수도에 비유되기도 한다.

림프관은 여러 영양분을 갖고 있다. 동시에 외부로부터 침입한 이물질이나 암세포도 림프관을 통해 이동하므로, 림프관이 거쳐가는 곳에 림프절이 보초를 선다.

결국 동맥과 정맥 뒤에 숨어서 온갖 궂은 일을 다하는 림프관과 보초역할을 하는 림프절이 있기에 우리 몸은 비로소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제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은 어떨까. 각종 음식물과 함께 세균과 바이러스가 들어오기도 하고,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서 장 점막층부터 상피층이 손상받기도 한다. 하루 종일 각종 공격체로부터 시달리는 곳이 장이다.

원래도 장내에는 세균이 존재한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내 림프관은 외부의 감염체와 싸우기도 하는 동시에 분자가 큰 지방이나 지용성 비타민의 이동통로가 되기도 한다. 장내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된 지방이 융모내 혈관으로 바로 흡수되면 혈관 내에 쌓이고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소장 내 기질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면 이러한 장 림프관(동의어 암죽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지방흡수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융모를 이루는 기질세포 중 하나인 평활근세포가 암죽관 주변을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수축해 암죽관의 지방흡수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장의 림프관은 지방의 흡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 기질세포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장이 탈이 나지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개나 사람에게서 모두 매우 중요한 것이다. 결국 입에 들어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장림프관확장증은 말그대로 림프관이 병적으로 확장된 것을 의미한다. 선천적으로 림프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거나, 염증이나 침전물에 의해 장 또는 장간막 내 림프관이 막혀 장 림프관 내 림프액이 정체되면서 림프관이 확장 또는 파열된다.

또는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장 점막의 염증물질이 침착되고 부종이 생기면서 림프관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림프의 흐름이 막혀 장 림프관 내 정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 림프관의 종착지인 가슴관에서 정맥압이 상승하면서 이차적으로 장 림프관 내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강아지의 장림프관확장증은 어린 개체에서 선천적이나 원발적으로 생길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무증상이나 특정 자극에 의해 악화되면 그때서야 증상이 발현되기도 한다. 갑자기 설사를 하고 배가 좀 부른 것 같아서 병원에 가면 복수가 찬 것이 확인되고 그제서야 림프관확장증의 가능성을 듣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초음파로는 림프관확장증을 명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다. 사람에서는 림프관확장증을 영상학적으로 지지해주는 다양한 소견이 있다. 반면 개에서는 아직 매칭이 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꽤 많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그렇다. 림프관확장증은 조직검사에 의한 확진이 가능하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융모의 25~50% 정도 확장이 있는 경우 미약한 림프관확장증, 50-75%를 중등도 림프관확장증이라고 한다. 75~100%에 가까운 경우 심등도 림프관확장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환자(환견, 환견)를 조직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료의는 치료방향에 있어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들에서 림프관확장증 의심소견이 나오지 않았어도 림프관확장증일 수 있어서다. 반대로 림프관확장증 의심소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림프관확장증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장 림프관확장증이 중요한 것은 스테로이드 용량과 식단 계획이 달라지고, 주사제의 사용이 지시되는지의 여부가 바뀔 수 있어서다.

보다 나은 환자의 관리를 위해서는 장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검사를 할 수 없고, 모든 보호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는 개인적인 경험에 의지해 치료를 해나가야만 한다. 환자의 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률화된 치료법을 적용할 수도, 반응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필자는 장 조직검사를 누구보다 많이 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조직검사에서 얻게 되다 보니 오히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혼란스러워지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치료사례가 많아지고 경험이 쌓일수록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처방은 무엇일지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 참석한 2024년 미국내과학회 단백소실장병증 강의에서 저명한 교수가 필자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얻었다.

필자의 경험상 환자의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습관적인 처방을 했을 때보다, 조직검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치료를 했을 때 상태가 나아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혹자들은 조직검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쳐봤을 때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더 나은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직검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를 기대해본다.[해피펫]

박소영 수의사 ⓒ 뉴스1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박소영 난치성장질환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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