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스타일의 ‘예측불허’가 좋아… 귀와 눈에 초점 맞춘 음악 만들 것”

이정우 기자 2024. 10.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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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윤한결(30)은 지난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클래식계 '신성'이 됐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뮌헨 필하모닉 등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무대에서도 "떨리지 않았다"는 그와 29일 만났다.

"예측 불허가 좋다"는 지휘자 윤한결은 오케스트라와의 첫 만남을 즐기고, 리허설 과정에서 준비했던 음악을 서슴없이 바꾸는 즉흥적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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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내한
지휘자 윤한결은 말러를 언급하며 “모든 악단의 모든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수준까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지휘자 윤한결(30)은 지난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클래식계 ‘신성’이 됐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뮌헨 필하모닉 등 유럽 명문 오케스트라와의 데뷔 무대에서도 “떨리지 않았다”는 그와 29일 만났다. 유럽 최고의 클래식 축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빛냈던 윤한결은 11월 1일 포항국제음악제(예술감독 박유신) 개막 공연 지휘를 맡아 최근 내한했다.

“예측 불허가 좋다”는 지휘자 윤한결은 오케스트라와의 첫 만남을 즐기고, 리허설 과정에서 준비했던 음악을 서슴없이 바꾸는 즉흥적 스타일이다. 그는 “오케스트라마다 다른 연주 방식과 문화에 맞춰 내가 적응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내가 제가 한경아르테(arte) 필하모닉과 연주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들어봤대요. 두 번 했는데, 그 두 번이 너무 다르다고 같이 웃었어요.”

자신에게 꿈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과의 데뷔 무대도 “즐겁기만 했다”고 전했다. 특히 뮌헨필과는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곡에 AI 솔리스트와 협연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윤한결은 “단원들 역시 처음 접하는 음악이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윤한결이 처음 만난 오케스트라로부터 원하는 음악을 끄집어내는 방법은 ‘나부터 달라지기’다. 그는 “악단의 음악이 마음에 안 들 때 단원들한테 지시하기보단 지휘봉을 잡은 내가 단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한다”며 “결국 내가 바꾸는 게 가장 쉽고 효율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귀가 가장 빠르고, 그다음은 눈이고, 마지막이 생각이란 말이 있어요. 제일 좋은 건 오케스트라 모두가 귀를 여는 거지만, 닫힌 경우엔 제가 동작으로 보여드리면 되죠. 음악을 끊고 말로 지시하면 단원들이 생각을 하니 그만큼 반응이 늦어요. 귀와 눈에 초점을 맞춰 음악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은 지휘가 본업이지만, 사실 그는 작곡부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무대에서 선보인 자작곡 ‘그리움(Grium)’에 대해 그는 “대구에서 서울로, 다시 독일로 가는 선택의 기로에서 놓치거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9월엔 서울시향과 이 곡을 아시아 초연할 예정이다. “주변에선 계속 작곡을 하라는데, 저는 지휘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런데 또 모르죠. 마음을 비우면 좋은 악상이 샘솟을지도요.”

윤한결은 내달 1일 개막 공연에서 멘델스존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자라드’를 연주한다. 셰에자라드는 ‘바다의 노래’란 축제 주제에 맞춰 그가 직접 고른 곡이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카롤 라이네케의 협주곡을 협연한다.

윤한결은 내년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등 지휘를 앞두고 있다.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들을 보면, 오랫동안 객원을 다니며 어떤 악단이든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오케스트라를 맡더라고요. 저도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자리를 잡고 싶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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