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방치된… 위기의 영아 보호하고 산모엔 양육 교육도[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청소년·이주배경·장애 산모
임신출산 지원 ‘골든타임’과
부모역량 강화 ‘배움’ 운영중
아이 기르기 포기했던 산모
따뜻한 지원에 양육 결심도
“아동가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보았던 아이의 상태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지원가정에서 보통 밥을 굶고 있다 하면 쌀이나 햇반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그 집에 전자레인지가 있냐’고 물어봐서 세심하게 대상 가정을 들여다보고 지원해준다고 느꼈습니다.”
청소년부모자립 지원단체 ‘킹메이커’의 위기 임신출산양육 긴급지원 및 부모역량지원 사업에 참여한 간호사 김모 씨는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킹메이커는 위기 임신출산을 긴급지원하는 프로그램 ‘골든타임’과 부모역량 강화 프로그램 ‘배움’을 운영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모친과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방치돼 있었던 18개월 아동은 킹메이커 덕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던 이 아동은 열악한 환경에 피부질환이 심해져 피부는 물론 두피 전체에 피고름이 생길 정도로 치료가 급한 상황이었다. 양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후 18개월임에도 분유를 먹고 4족 보행을 하고 있었다. 킹메이커는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의료·양육·생계 지원도 병행했다. 꼼꼼한 지원 덕에 아동의 모친은 부모로서의 역량과 생활능력이 점점 향상됐다. 아동 역시 피부질환이 완화되고 발달연령에 맞는 보행방식,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동안 보내지 않았던 어린이집 등원도 가능해졌다.
30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킹메이커는 지난 1월부터 오는 11월까지 36개월 미만 위기 영유아가정을 주 대상으로 위기 임신출산양육 긴급지원 및 부모역량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의료기관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36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에 해당하는 고위험군 23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 시행 결과 최소 3명이 숨지고 2명이 유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위기 임산부는 청소년, 이주배경, 장애, 가정폭력 등 유형별로 지원을 위한 접근방식이 다르며 경제적·심리적·사회적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보편적 지원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많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일시적, 단편적인 현금 지원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는 탓에 위기 가정의 복합적이고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임신출산양육 긴급지원 및 부모역량지원 사업은 다양한 사각지대의 위기 영아를 보호하고 부모역량 강화를 통해 원가족 중심으로 아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골든타임’은 출산 시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를 지원해 안전한 출산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위기 영아가정을 대상으로 육아용품, 생계비를 신속하게 지원해 정부 지원의 공백을 보완한다. ‘배움’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미성년·청소년, 장애 및 한부모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실전 양육 코칭프로그램이다. 아동 성장발달단계에 필요한 양육법을 학습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원대상은 위기임산부 및 36개월 미만 양육 위기가정이다. 선정 1순위는 위기임산부(청소년·이주배경·장애인·가정폭력피해 임산부), 2순위는 24개월 미만 영유아를 양육하는 주거·생계·양육·의료 위기가정이다. 지원사업을 통해 위기 임신출산양육 긴급맞춤 및 부모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영유아 방임·학대를 예방하고 아동의 안전한 양육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한 A 씨는 직접 양육에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지원사업 덕에 아이를 직접 기르기로 했다. A 씨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며 건강이 안 좋아져 조산하게 됐다. 당시 양육에 필요한 물품과 의류가 전혀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킹메이커는 생필품, 식품, 의복, 긴급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A 씨의 회복을 위해 아이 면회동행과 차량지원을 했다. 주 3∼4회 가정을 방문하고 A 씨가 출생신고 및 정부지원신청을 할 때도 동행했다. 킹메이커 지원을 통해 양육에 필요한 것들을 함께 준비하면서 A 씨는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B 씨는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가 자택 화장실에서 긴급출산했다. 출산물품이 준비돼 있지 않아 공공·민간에 문의했지만 즉시 지원 가능한 곳이 없었다. 정부는 출생신고 후 신청 및 심사를 거쳐야 지원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킹메이커는 기저귀, 분유, 젖병, 체온계 등 출산 시 필요한 육아용품을 즉시 배송하고 지역 내 멘토를 섭외해 가정을 방문했다. 이후 출생신고와 정부지원 신청을 돕고 행정복지센터에 B 씨 상황을 전달해 관계 기관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B 씨는 갑작스러운 출산에 당황했지만 신속한 지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킹메이커 담당자는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임신·출산 긴급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져 관련 사업들이 생기고 있지만 맞춤형 지원에 대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각지대 위기 영아가정에 신속히 개입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고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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