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세계 시가총액 1위 ‘일라이릴리’ 손잡고 주가 날개
"유상증자로 공장을 신축한다니…, 릴리랑 뭐가 있긴 있는 듯."
국내 1세대 바이오기술(biotechnology·바이오텍) 업체 펩트론을 두고 최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나온 반응들이다. 펩트론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한 미국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와 10월 7일 손을 잡았다. 이후 펩트론 주가는 10월 17일 종가 기준 10만4500원을 기록하며 2015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그래프 참조). 투자 커뮤니티에도 수익률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다. 10월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들어 18일까지 펩트론 주가는 92.92% 급등했다. 코스피, 코스닥 전체에서 가장 큰 오름폭이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개발한 글로벌 파마와 계약
현재 릴리의 마운자로는 반감기가 짧아 1주일에 한 번씩 주사로 투약해야 한다. 만약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을 릴리 비만치료제에 성공적으로 적용한다면 투약 주기를 최대 4주까지 늘릴 수 있다. 최근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장기 지속형 기술은 비만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비만치료제가 1주에 한 번 투약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투약 주기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제품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 릴리와 협업 소식이 들리자 펩트론 주가는 급등했다. 10월 16일 펩트론 주가는 9만7500원으로 24.68% 상승했다. 1월 2일 기준 3만7200원이던 펩트론 주가가 1년도 채 안 돼 162% 급등한 것이다. 펩트론은 10월 7일 신주 264만 주를 발행해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공장 확보에 필요한 96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1차 발행가는 3만6350원이며 확정 발행가액은 11월 11일 공시 예정이다.
제2의 알테오젠 되나
펩트론과 릴리의 계약 기간은 10월 7일부터 평가 종료 시까지로 약 14개월이다. 증권가에선 이 기간에 양사가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개월 지속형 비만치료제는 성공 시 파급력과 시장 규모 등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양사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계약을 위해 1상 결과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만약 2025년 4분기 내 임상 결과가 확인될 경우 릴리와 펩트론은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엄 연구위원은 "릴리는 기술이전 우선권을 가져가려고 계약금을 납입하는 형태의 공동연구 계약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시에서도 이번 계약이 후속 상업 라이선스 계약을 위한 목적이라고 게재한 만큼, 임상 시료 생산 후 연말연초에 임상 1상 계획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테오젠은 미국 빅파마 머크와 2020년 비독점 계약에서 독점 계약으로 바꾼 바 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을 머크와 비독점 계약으로 맺었고, 올해 2월 임상 3상 도중 독점 및 판매 로열티 구조로 계약을 변경했다. 키트루다의 SC 제형 판매 금액 로열티만 약 1조 원이 넘는다. 이후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스타 기업이 됐다.
펩트론은 연구 과제에 대해선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릴리와 관련 계약을 맺은 국내 첫 바이오텍 업체라는 점은 인정했다. 펩트론 관계자는 "계약 조건상 구체적인 파이프라인(기업이 연구개발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사의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 연구자와 릴리가 공동으로 연구에 돌입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벤티지랩은 9월 빅파마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 지속형 펩타이드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투지바이오도 장기 지속형 기술 '이노램프'로 글로벌 빅파마와 2023년 당뇨·비만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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