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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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러 오기 전에 뭐 했나요?
운동하고 왔어요. 오늘은 10시에 했어요. 촬영 있을 때도 5~6시 시작이 아니라면 아침 6시 반에 크로스핏을 하고 촬영하러 가요.
아침 6시 반에?
그 시간에 사람 진짜 많아요. 직장인도 많이 오세요. 그분들 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데 저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아침에 운동하면서 땀 빼면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져요. 그래서 이번 작품 하면서 새벽 2~3시에 잘 때도, 설사 잠을 못 자더라도 그냥 운동하러 가려고 해요. 원래 그러진 않았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운동은 꼭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웠죠.
너무 어려운 목표 아닌가요?
대단한 각오 없이 그냥 움직이면 되더라고요. 피곤한데 어쩌지.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처져요. 일단 몸을 움직이면 어떻게든 나가더라고요. 약간 루틴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주짓수를 오래 했잖아요?
주짓수를 계속해왔는데, 주짓수는 새벽반이 없어서.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한 1년 됐는데 새벽반이 있어서 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으로 몸을 깨우는 데 좋더라고요.
이제 MMA 체육관에도 나간다고 들었어요.
다 근처에서 있어서 크로스핏 하고 시간이 남으면 체육관에도 가죠. MMA는 관장님과 1 대 1로 하는 거라서 일정 맞을 때 하죠. MMA도 한 1년 전부터 다녔어요.
주짓수를 하다 보니 격투기에 관심이 생겨서 MMA로 넘어간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전 원래 타격기는 안 하려고 했어요. 타격기를 하면 다친다고, 저한테 안 맞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해보니 오히려 1 대 1로 서로 배려해주면서 하니까 다칠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땀도 많이 흘리고 좋아요. 아는 형이 추천해줘서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서 자주 다니죠. 거기서 복싱이랑 킥복싱을 주로 해요. 주짓수는 했으니 그라운드보다 타격 위주로 운동하죠.
예전부터 운동을 쭉 해왔고, 지금은 더 열심히 하네요. 운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운동은 삶의 활력을 줘요. 사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운동할 생각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운동하면서 몸이 건강해지니까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저 스스로도 성장해나가는 느낌을 받았죠. 원래 운동이 겉핥기식으로 하면 굉장히 지루하잖아요. 반면 집중해서 운동하면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고 힘든 것에 도전하는 마음도 생겨요. 가끔은 몸이 힘들면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그걸 이겨내고 운동하면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죠. 힘든 걸 이겨내고 성취감을 맛보면 좋아서 하는 일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어요. 운동 자체가 저한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관점을 바꿔줬죠.
이번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를 하면서 각오를 다지려고 새벽 운동을 시작한 건가요?
어떻게 보면 맞물릴 수도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운동은 제 태도를 다잡는 데 도움이 돼 열심히 하려고 했죠. 이 작품은 제 데뷔 작품 <질투의 화신>을 쓰신 서숙향 작가님 드라마예요. 그 작가님의 글을 길게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체력이 받쳐주는 한 운동도 놓고 싶지 않았죠.
이번 드라마를 선택한 확실한 이유가 있었네요.
<질투의 화신>에 출연할 때 제가 조연이어서 대본 받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나올까, 어떤 장면을 연기할까 생각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조정석 선배님이나 공효진 선배님이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장면 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요. 그런 추억이 있어서 작가님 작품에서 메인 롤로 연기하면 그때 그 설렘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 설렘과 기대감을 온전히 펼쳐보고 싶다는 각오도 있었고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과 결이 달라서 어떤 면을 보고 선택한 걸까 궁금했어요.
일단 등장인물도 굉장히 많고, 주말드라마다 보니 호흡도 굉장히 길어요. 긴 호흡으로 하기에 인물을 분석하고 다가가는 방식이 조금 다르죠. 주연 가족 얘기까지 제가 다 체크하고 그 안에서 제가 어떻게 연결할지, 이런 걸 더 고민하게 되죠.
조금 다른 만큼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있나요?
이전에는 욕심도 많이 냈지만, 기대감이 사실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보다 실망이나 후회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뭔가 얻어야겠다는 마음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작품에서 연기한다는 의미가 더 커요. 이걸 얻고 싶어요.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이런 바람이 늘 실현되지는 않더라고요.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더 삐걱거리는 지점이 있죠.
네, 바람이 오히려 욕심이 되거나 과욕이 돼 저 자신을 좀먹거나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얻는다기보다 지금 36회라는 긴 작품을 통해 시청자와 만난다는 것에 의미가 있죠.
이번 드라마에서도 유머러스한 면과 진지한 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연기하더라고요. 여전히 이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모습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이런 모습을 사랑해주시고, 또 기회가 닿으면 더 열심히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연기가 따로 있나요?
항상 기본은 대본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잘하고 못하는 장단점을 아는 게 의미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어떤 모습을 좋아해주실지 그걸 캐치해 어떻게 변주할 건지, 혹은 아예 꺾어서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지 이 부분을 더 고민해야 하죠.
“큰 그림이 숲이라고 하면, 전 지금 나무 하나하나를 개성 있게 그리고 싶어요.
나중에 작품 하나하나 모이면 사람들은 김정현이라는 배우를 어떤 숲으로 보겠죠.”
매번 도전이에요. 촬영하러 가기 전까지 현장이 어떤지 모르고, 어떤 식으로 연출할지도 모르고, 상대방과 맞춰 뭔가를 만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매번 도전이고 새로운 실험이어서 최선을 다하게 되죠. 이젠 상대방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뒷받침해주는 연기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시도하려고 해요.
어떤 연기든 활자를 연기로 풀어낸다는 점 자체가 또 다른 도전이군요.
실제 제가 잘한다고 생각한 연기가 상대방과 삐걱거려서 정신적으로 상하거나, 자신 없이 했는데 상대방이 너무 잘해줘서 잘되기도 하잖아요. 이런 걸로 일희일비하기보다 매번 상대방에 맞춰서 연기하는 게 도전이라고 느껴요. 그런 마음가짐을 지향하려고 해요.
촬영장에 대본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준비하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어떤 결기도 느껴질 정도였죠. 언제부터 그렇게 한 건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조금 부끄럽네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질투의 화신> 때부터 안 들고 갔어요. 신인이고 응당 해야 할 몫이 있으니 대본을 외워 가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했죠. 대본을 숙지하고 선배님들이 하는 연기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움직여 자극을 주고받을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학교 다닐 때부터 대본 숙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텍스트에서 자유로워야 연기가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 학교 다닐 때부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겼죠. 그렇다고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에요. 하다가 단어나 어미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주변 스태프분들이 항상 들고 다니시니까 살짝 보기도 하죠. 그렇게 체크하는 것 빼고는 상대방 연기를 보는 데 더 시간을 들이죠.
대본을 가져가지 않는 건 대본 숙지 이상으로 자기 대사와 상대 대사, 극의 흐름을 다 머릿속에 넣는 일이잖아요.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정말 준비 철저히 한다고 느꼈죠.
상대방 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내가 하는 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대단한 게 절대 아닌데,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말을 뱉었으니 끝까지 이걸 기본으로 삼아야겠네요. 스스로 인생 난이도를 올려버렸어요.(웃음) 그래도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지금 해온 걸 잊지 않고 잘해나가고 싶습니다.
애드리브도 잘하잖아요. 관련 영상도 많이 돌아다니고요. 문득 애드리브는 본인한테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어요.
방송 후 너무 좋게만 얘기해주셔서 창피한데요. 사실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는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전달하는 게 기본이죠. 애드리브는 제 마음속에서 생겨서 하기도 하고, 인물을 표현하다 보면 장면과 장면의 브리지 역할도 필요하고, 현장의 불확실성을 조금 더 채울 수도 있기 때문에 하죠. 애드리브를 하면서도 이게 배우 김정현의 개인기나 장기자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계해요. 인물을 이해한 상태에서 관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선을 지켜야 하죠. 현장에선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대본 버전과 애드리브 버전을 두 개 찍어 선택지를 드리죠. 애드리브를 좋게 봐주시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많이 경계해요. 매번 의심하고 고민하죠.
지금까지 맡은 배역마다 연기에 관한 평이 좋아요. 그런 평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예전에는 아니에요 하면서 부끄러움이 먼저 들었죠. 요즘에는 조금 바뀌었는데, 그렇게 생각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하죠. 그래도 마음속으로 아직도 쑥스럽고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전 제 연기에 대해 박한 편이라 많이 후회하는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스스로 최대한 덜 후회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매번 도전이고 새로운 실험이어서 최선을 다하게 되죠.
이젠 상대방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뒷받침해주는 연기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하고 시도하려고 해요.”
대본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좀 더 날카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아요. 어쨌든 한 작품을 모든 스태프가 보기에 대본에 대한 해석이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을 수 있잖아요. 그때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코멘트해줄 때도 있고, 이렇게 해서 좀 더 발전시켰는데 모자랄 때도 있죠. 작품을 전체적으로 해석하는 데 욕심이 커요. 배역을 이해하고 분석할 때 누가 해도 더 이상은 힘들다고, 그 정도로 해석이 깊이 있고 날카롭길 바라죠. 지금도 갈 길이 멀어서 그런 부분을 성장시키고 싶어요.
배우 김정현에게 큰 그림이 있다면 뭘까요?
큰 그림이 숲이라고 하면, 전 지금 나무 하나하나를 개성 있게 그리고 싶어요. 나중에 작품 하나하나 모이면 사람들은 김정현이라는 배우를 어떤 숲으로 보겠죠. 그래서 큰 그림보다는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세밀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죠.
같은 맥락으로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연기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 배우이길 바라죠. 더 나아가서는 어쨌든 저희는 선택받아야 하잖아요. 시청자도 선택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요. 그래서 그런 시간들이 아깝지 않은, 그런 연기를 수행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지금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스스로 느끼는 행복과 온전함이요. 예전에는 연기나 관계 같은 외부적인 걸 굉장히 많이 좇았어요. 외부적인 것은 제가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으로 삼으면 제가 망가지더라고요. 제가 제대로 지탱하고 서 있다면 어떤 것을 바라볼 때 최선을 다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온전한 나로서 행복한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걸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지금 행복한가요?
지금 매우 행복해요. 감사하죠. 오랜만에 사진가님과 화보를 촬영했고, 지금 에디터님과 인터뷰하고 있잖아요. 이것도 기회라고 생각해요. 화보 찍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죠. 어디서 본 문구인데, 성공하려면 미쳐야 하고 행복하려면 감사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진심으로 감사하거든요.
감사하는 마음, 살면서 아주 중요하죠.
그래서 행복해요. 진짜 행복해요. 오늘 기분 너무 좋습니다.(웃음)
Editor : 김종훈 | Photographer : 김영준 | Stylist : 정혜진 | Hair : 조인경 | Make-up : 성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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