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돌아가면 우승 못한다" 네일 KS 등판 이끈 프런트의 감동작전, 신의 한 수였다
[OSEN=이선호 기자] "네일이 없었다면 우승 못했다".
KIA 타이거즈의 2024시즌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이루어졌다. 역대 최다 125만 관중, 7년만의 정규리그 우승, 삼성 라이온즈와 31년만의 영호남 한국시리즈, 예고한대로 5차전에서 37년만의 광주 우승까지 이루었다. KIA 팬들은 가장 행복했던 시즌이었다. 이범호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과 선수들의 경기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KIA 프런트의 지원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 황동하와 좌완 필승맨으로 발돋음한 곽도규의 성장을 이끌어낸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훈련, 시즌중 김기훈의 변신을 이끌어낸 트레드 애슬레틱스 단기유학, 발빠르게 영입한 부상 대체선수 캠 알드레드와 에릭 스타우트까지 모두 우승의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우완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영입은 우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IA는 작년 시즌을 마치자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의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영입했다. 관심은 네일보다는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크로우에 쏠렸다. 역대급 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스프링캠프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크로우보다 네일의 구위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평가는 들어맞았다. 불펜경력이 많았던 크로우는 선발투구수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8경기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미국으로 돌아가 팔꿈치 수술을 했다. 구단은 캠 알드레드를 서둘러 영입해 자리를 메웠다. 네일은 마구같은 스위퍼를 앞세워 개막부터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12승과 평균자책점 1위(2.53)의 성과를 올리며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다.
8월25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경기에서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NC 간판타자 맷 데이비슨의 강한 타구에 턱을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KIA에게는 초비상사태였다. 이의리의 팔꿈치 수술, 윤영철의 척추미세골절 이탈은 황동하와 김도현을 투입해 메웠으나 네일의 이탈은 감당불가의 전력공백이었다. 대체 외인 스타우트를 대만에서 영입해 선발공백을 메웠다.
네일이 한국시리즈에서 뛸 수 없다면 우승은 힘들었다. 특히 구단은 네일이 크로우처럼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고 결국 우승도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심재학 단장이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에 출장중이던 현대 아산병원의 전문의에게 사진판독자료를 보내 바로 다음날 수술일정을 잡고 서울로 이동했다. 빛의 속도에 맘먹는 일처리였다.
아산병원의 의료진은 네일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전력을 다해 치료했다. KIA의 동료들은 네일의 쾌유를 응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김도영은 촬영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팬들도 네일의 SNS 계정에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다. 네일은 팬과 동료들의 진심과 의료진의 친절에 감동했다. 강한 복귀 의지를 불태웠고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다. 수술 2주도 되지 않았는데도 운동장에 나와 훈련했고 시구를 자청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과 정규리그 우승을 응원했다.
한국시리즈 대비훈련 연습경기 실전마운드에 올랐다. 첫 경기는 보호망을 설치했으나 1이닝만에 바로 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면타구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의지였다. 착실한 준비를 거쳐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시리즈 분수령이었던 홈런공장 라팍에서 열린 4차전도 5⅔이닝 6안타(1홈런)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로 승리를 안았다.
시리즈에서 2경기 10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의 평균자책점과 같았다. 이범호 감독은 "네일이 없었다면 우승은 힘들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공포와 트라우마를 이겨낸 네일의 의지가 대단했다. 불투명했던 네일의 시리즈 등판을 성사시킨 KIA 프런트의 노고도 박수를 받아도 마땅하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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