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아서” 농구의 나라 남수단에서 싹트는 시각장애축구리그
“빛을 찾아서.”
남수단에서는 농구가 인기다. 여러 현역 및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남수단 출신이다. 남수단 농구 국가대표팀 ‘브라이트 스타스’는 지난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CNN은 30일 “농구의 나라 수단에서 시각 장애인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리그는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에티오피아, 케냐, 모잠비크, 우간다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장애인 권리와 통합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 기구인 세계를 위한 불빛(Light for the World) 후원으로 운영된다. 이 기구는 여성, 아동, 농촌 지역 등 지원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을 돕는 곳이다. CNN은 “2023년에 시작된 리그는 수도 주바에 네 팀이 있으며, 대부분 20대 선수들이지만 15세 선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카토르 블라인드 풋볼 클럽 주장 지미 저스트 오거스틴은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다. 2020년에 시각 장애인 축구를 시작한 그는 “장애는 무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가 있으면 ‘나는 쓸모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나는 드리블할 기회를 얻었다”며 “삶을 바꾸고 싶다면 시각 장애인 축구에 참여하라고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 축구 규칙은 일반 축구와 다르다. 시각 장애 선수들은 소리 나는 공을 사용한다. 골키퍼는 시각 장애가 없는 선수다. 필드 선수들은 ‘완전히 시각 장애’ 상태여야 하기 때문에 모두 안대를 착용한다. 골키퍼는 예외다. 골키퍼는 방어적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제한된 지역에 머문다. 한 팀은 골키퍼를 포함해 5명으로 꾸려진다. 경기는 벽이 둘러싸인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가로 40m, 세로 20m 크기다. 경기 시간은 총 40분이다. 관중은 선수들이 공의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 각 팀에서는 사이드 라인, 골라인에 가이드 한명씩을 배치한다. 그들은 경기 상황과 장면을 구두로 전한다.
남수단은 오랜 내전을 거쳐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최근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독립 국가다. 남수단은 독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전에 빠져들었다. 2018년 공식적으로 내전은 종료됐지만, 현재까지도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이 갈등으로 인해 2023년 6월 기준 약 240만 명이 남수단을 떠나 난민이 됐고 230만 명이 남수단 내에서 실향민 상태다. CNN은 “남수단 내 장애인은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된다”며 “2022년 남수단은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에 서명하며 장애 권리 보호에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전했다. 리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시몬 마돌 코치는 “장애인들이 겪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라며 “무지와 편견이 장애인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돌 코치는 “예전에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다”며 “이제는 시각 장애인 축구로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를 만나고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수단 시각 장애인 축구 리그는 설립된 지 1년 남짓 되었지만, 빠르게 확장할 목표를 수립했다. 마돌 코치는 “남수단 전역의 모든 주에 팀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각 지역에서 시각 장애인 축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리그는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협회(IBSA)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게 이뤄지면 남수단은 2026년 아프리카 블라인드 축구 챔피언십에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협회는 1996년 시각장애인축구를 정식 종목으로 인정했다. 시각장애인축구는 2004년부터 패럴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했고 브라질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마돌 코치는 “블라인드 축구 월드컵에 나선 뒤 2028년 패럴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며 “곧바로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지금부터 길을 닦아 놓으면 다음 세대가 그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꿈’이 아닌 ‘목표’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며 “우리는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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