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이모카세 "일만 하다 우울증…인생국수 울컥" [인터뷰]

최희재 2024. 10. 3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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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카세(김미령) 셰프(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국수 장사하다가 아이 낳으러 갔었거든요.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은 아파트 단지에 핀 철쭉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일까. 그가 운영하는 가게 ‘즐거운 술상’에서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 셰프는 기억을 되짚어 10년 전으로 갔다.

“국수 뜨다가 아이를 낳았다”는 김 셰프는 인생 요리 미션에서 ‘손칼국시’를 선보였다. 인생 요리로 국수를 내놓으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새벽같이 나가서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었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다 보니까 10년이 지났더라”라며 “아파트 단지에 흰 철쭉 꽃이 핀다는 걸 우리 아들 초등학교 입학시킬 때 알았다”고 말했다.

과거를 떠올리던 김 셰프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화병과 우울증이 왔다. 직접 병원에 찾아갔는데 의사가 올 때 뭘 타고 왔냐고 하더라. ‘버스 타고 와요’ 했는데, 진짜 진료 받으러 버스 타고, 못 보던 해를 보고 바깥 풍경도 보면서 병이 나아버렸다”고 회상했다.

이모카세(김미령) 셰프(사진=방인권 기자)
숨 쉴 곳을 찾기 위해 즐거운 술상이라는 가게를 열었다는 김 셰프. 그는 “10년 전이니까 아이들이 어렸었는데 학교 끝나고 여기에 와서 밥도 먹고 가고 그랬다. 저의 답답함도 해소가 되고 아이들한테는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저한테도 손님들한테도 우리 아이들한테도 즐거운 세상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이모 같은 친근함을 가진 김 셰프는 깊은 손맛과 정이 들어간 한식 오마카세(한상차림) 가게를 운영 중이다. 한상차림 형식을 생각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 셰프는 “처음 시작할 때는 음식을 단품으로 세 가지 정도 올렸었다. 젊은 친구들이 와서 너무 잘 먹는데 안주가 떨어지면 좀 안됐지 않나. 빵 남은 게 있으면 샌드위치 만들어주고, 떡이 있으면 떡볶이 만들어주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즐거운 술상이라는 이름을 제가 지었다. 취지가 뭐냐 하면 참새 방앗간 같은 따뜻한 동네 술집이다. 세상이 너무 삭막해지고 체인점화됐지 않나. 이미 만들어져있는 음식을 데워서 주는 시스템이다”라며 “그래도 한국은 정(情)이고 음식은 따뜻함인데. 맛있는 음식에 소주 한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술집을 내가 찾아다닐 게 아니라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김 셰프는 즐거운 술상보다 더 오랜 시간 서울 제기동에 있는 경동시장에서 국수를 팔고 있다. ‘흑백요리사’ 공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김 셰프는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흑백요리사’ 출연을 결심한 건 시장을 더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저는 재래시장에 몸 담고 먹고 사는 사람이잖아요. 요즘 침체기가 심각해요. 휴대폰 하나면 야채나 과일도 문 앞까지 갖다주는 세상이잖아요. 제가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뭐라도 좀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나가게 됐어요. 그게 제 방송 출연 조건 첫 번째예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늘 생각하죠. 젊은 분들이 시장에 많이 찾아와줘야 홍보가 빠르잖아요? ‘흑백요리사’ 출연하고 나서 젊은 분들, 외국인 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셔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김 셰프는 “국가 차원에서 선진화된 시스템을 재래시장에 투입시켜서 서비스·위생 교육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주먹구구식의 개념을 깨고 같이 발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AI 시대이지 않나. 재래시장도 좋은 조건을 갖춰서 사람들을 한번 더 오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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