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내내 두문불출한 이방카, 당선 땐 재등장할까[2024美대선]

강영진 기자 2024. 10.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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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폭동에 뉴욕 복귀 어렵자 마이애미 억만장자 마을 정착
트럼프 재선 출마 선언하고 재판 받는 동안 지지 활동 전무
남편 쿠슈너의 사모펀드 전 세계 지도자 인맥 혜택으로 큰 성공
"재선 땐 다시 등장?" 질문에 "올인하든 완전히 빠지든 할 것"
[밀워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지난 7월17일(현지시각) 손녀에게 키스하고 있다. 트럼프의 일가족이 대거 전당대회에 참가했으나 정작 부인인 멜라니아와 딸 이방카는 마지막날인 19일에만 모습을 보이는 등 선거 지원에 소극적이다. 2024.7.1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42)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2019년 5월30일 판문점 트럼프-김정은 만남에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와 함께 동반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방문했었다.

이방카는 또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선임 고문 자격으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트럼프의 해외 순방에 자주 등장했었다.

이방카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광고의 주요 인물로 등장했고 공화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소개하는 사회자 역할을 하는 등 선거를 적극 도왔다.

이방카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43)는 트럼프 정부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내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산유국 정상들, 테리 구 대만 폭스콘 설립자 등과 연을 맺은 뒤 현재 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한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펀드 규모가 30억 달러(약 4조 1550억원)에 달하며 쿠슈너 회사는 수수료로 최소 1억1200만 달러(약 1551억 원)을 이미 챙겼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2022년 이래 이방카와 남편 쿠슈너가 정치에서 손을 떼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방카는 치열한 경합이 막판까지 이어지는 대선에서 아버지를 지지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트럼프는 맨해튼 법정에서 34개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고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이방카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가을 맨해튼 법정에서 증언한 한 차례 뿐이었다. 당시 이방카는 아버지를 옹호하는 대신 자신은 아버지의 재정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방카는 인터뷰 요청에 불응하면서 남편 쿠슈너에게 자신과 가족에 대해 물으라고 했다. 쿠슈너는 선거 막판에 이방카가 등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쿠슈너는 이방카가 “워싱턴을 떠날 당시 인생의 한 장을 덮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을 잘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슈너는 대선 결과가 자기 가족들의 삶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장인이 당선하면 4년 동안 우리 주변 세상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우리 삶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인을 응원하며 그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기든 지든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트럼프가 재선하면 이방카와 쿠슈너가 정부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재정적으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재선하면 두 사람의 사업 활동이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부부가 집중하고 있는 외국 정부와 거래에서 특별대우를 받을 것이다.

“쿠슈너 주식회사”의 저자 비키 워드는 두 사람이 공직을 맡지 않더라도 “결국 막후에서 전 세계를 주무를 것”이라며 “그림자 국무장관, 즉 키신저 2.0”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미 정부가 정말 좋은 사업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방카는 에릭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아들들과 달리 아버지 맨해튼 재판을 방청한 적이 없고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무대에 등장했으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새로 등장한 여인들

이방카와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 트럼프가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거의 또는 전혀 가담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며느리와 며느리 후보가 트럼프의 선거를 돕고 있다.

장남 에릭 트럼프의 아내인 라라 트럼프는 지난 3월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돼 선거를 적극 돕고 있다. 막내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자 킴벌리 길포일도 각종 유세와 모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 트럼프의 유세를 돕는 여성으로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 자신의 애완견을 쏘아죽인 것을 자랑한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등이 트럼프 유세에 자주 등장한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성소수자 권리, 인종차별 방지 교육에 반대하는 맘스 포 리버티(Moms for Liberty) 행사에서 이방카가 불참해 아쉽다고 발언했다. 이방카를 대사로 임명하려 했으나 거절했다고도 했다.

또 폭스 뉴스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방카가 육아비 감세를 지지한다고 칭찬하면서 “이방카 소식을 통 듣지 못하지요? 나도 답답해 미치겠다. 예전에는 정말 잘 지냈는데”라고 했다.

워싱턴 탈출

이방카가 왜 아버지와 결별했는지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방카와 쿠슈너는 2021년 세 자녀와 함께 워싱턴을 떠나 마이애미로 이사했다. 1월6일 의회 폭동 때까지 트럼프 정부에서 일한 두 사람이 고향인 뉴욕의 친지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뉴욕으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방카 가족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 톰 브래디 전 미식축구선수 등 억만장자들만 사는 비스케인만의 섬마을에 정착했다.

이방카와 쿠슈너-두 사람 이름을 합쳐 “자방카”로 불린다-가 정부의 윤리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면서 큰돈을 번다는 관측이 있다. 백악관에서 일하기 전보다 지금 훨씬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다. 각국 지도자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쿠슈너가 트럼프에게 전화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쿠슈너의 사업의 상당 부분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인권침해로 비난을 받는 사우디 정부의 국부펀드가 두 사람이 워싱턴을 떠난 직후에 쿠슈너의 사모펀드에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를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바니아에서 호화 리조트 2곳을 건설하는 사업도 전 그리고 미래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트럼프의 도움을 기대하는 알바니아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이방카는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아버지의 사업에 관여하면서 “견습생” TV 쇼에도 출연했다. 동시에 자신만의 의류 및 보석 판매 사업도 시작했다.

2009년 유대인 출신 사업가로 망해가는 뉴욕옵서버를 인수하며 언론계 엘리트로 데뷔한 쿠슈너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뉴욕 상류층 사교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던 두 사람이 2018년 워싱턴을 떠난 뒤로 사회 활동을 거의 접었다.

이방카는 현재 집에서 투자를 하는 자영업자다. 허리케인 헬렌 피해자를 돕는 기독교 단체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현재는 세 자녀와 98살의 할머니와 지낸다. 주짓수를 배우고 기공 수련도 하며 기타를 치고 테니스와 골프도 즐기며 명상도 한다.

두 사람이 서서히 사교활동을 재개했다. 비벌리 힐스에서 열린 킴 카다시안 생일 파티에 참석했고 인도 재벌 암바니의 호화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루이 비통 상속자와 결혼한 제럴딘 기요 디자이너가 연 파티에도 참석하는 등 가끔 뉴욕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자방카 부부의 세 자녀는 모두 집 근처 유대인 학교에 다닌다. 가족들이 함께 토요일마다 유대교 회당에서 예배에 참가한다.

정치는 “피 튀기는 싸움”

이방카는 최근 우파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적이 있다. 3시간에 걸쳐 온갖 화제를 두고 대화하던 이방카가 정계를 떠난 것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피튀기는 싸움”이라며 장난삼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쿠슈너에 따르면 이방카는 지금도 아버지 트럼프와 잘 지내며 자주 통화한다고 한다. 여름에도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나란히 거주하면서 겨울 동안 플로리다 주에 있을 때보다 자주 만났다고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자문이나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나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두 사람이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변인은 이방카가 프리드먼 인터뷰에서 한 말로 대신했다. “올 인을 하든 완전히 빠지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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