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양평 고속도로 어떻게 되고 있지? [김건희라는 아킬레스건 ⑤]
김건희 여사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김건희의 사람(천공·이종호·명태균), 김건희의 혐의(주가조작 연루·명품 백 수수), 김건희의 공간(관저), 김건희의 학력(논문 표절), 김건희 가족과 관련된 정부 사업(서울-양평 고속도로)과 재산 축적 과정 등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이미 현직 대통령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대통령 배우자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권 때 한 차례 대통령을 움직이는 숨은 권력으로 인해 좌절을 겪고 비용을 치렀다. ‘비선’ 논란이 갈등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할 ‘비전’은 자취를 감추면 손해 보는 쪽은 공동체의 시민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적 통제가 가능한가’는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민주주의 핵심에 가닿는 중차대한 질문이다. 이번 호 〈시사IN〉이 거의 모든 기자를 동원해 ‘김건희 통권 특집호’를 내며 윤석열 정권의 명실상부한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여사를 들여다본 이유다.
2024년 국정감사에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다시 등장했다. 이 고속도로의 종점이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뀐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관련 쟁점 몇 가지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논란이 된 까닭은?
동서로 길게 국토를 가로지르며 강릉과 인천을 잇는 6번 국도는 늘 정체가 심한 곳이다. 이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2017년 1월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출발해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서 끝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점추진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2019년 3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 들어갔고, 2021년 4월 예타 조사를 통과했다. 2023년 5월8일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서 원래의 양서면 종점과 함께 강상면 종점도 대안으로 처음 언급된다. 2023년 6월21일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요약문’에서 원래의 양서면 종점보다 강상면 종점이 더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강상면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과 토지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JTBC 보도에 따르면, 변경된 종점에서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김 여사 가족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ESI&D)가 약 7800㎡에 이르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 축구장 한 개가 넘는 크기다. 종점 변경으로 김 여사 가족이 개발이익이나 토지보상금 등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다. ESI&D는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가 설립한 회사이며 현재 대표이사는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다. 김 여사도 2008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이 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Q 왜 종점이 바뀌었을까?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이미 예타 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을 140억원이나 더 들여서 무리하게 변경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종점 변경을 제안한 주체가 양평군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언론의 추가 취재를 통해 양평군에서 종점 변경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국토부는 예타 조사 이후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 기술적인 검토를 통해 종점 변경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두 업체가 용역업체로 선정된 시기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3월15일이므로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건 그보다 닷새 전인 3월10일이다.
원희룡 장관과 여당은 종점 주변의 김 여사 일가 땅에 개발 호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장관은 2023년 7월6일 국회에서 김 여사 가족이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선산 땅”을 개발할 의도가 애초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선산 일대 땅이라는 17개 필지(2만2897㎡)는 김 여사 일가가 상속 내지 매입을 통해 취득할 당시만 해도 모두 임야 혹은 논이었으나,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후인 2003년부터 하나씩 토지 용도변경이 진행돼 현재는 임야 5개·대지 4개·창고용지 5개·도로 2개·논 1개로 바뀐 상태다. 개발행위가 제한된 땅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바꾸는 절차를 이미 밟은 것이다.
종점 변경이 결정된 정확한 시점에 대해 대략적인 유추는 가능하다. 2022년 7월 열린 1차 관계기관 협의 때 논의된 종점은 기존 양서면이었지만, 2023년 1월 열린 2차 관계기관 협의 때 논의된 종점은 강상면이다. 이 6개월 사이에 어떤 논의를 거쳐 종점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2023년 7월23일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공개한다’며 홈페이지에 2017년 사업 추진 이후 만들어진 모든 문서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개된 문서 55건 속에서도 타당성 조사에서 검토한 비용편익 분석 결과는 찾을 수 없다.
Q 논란 이후 어떻게 진행됐나?
국토부 홈페이지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이어가던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2023년 7월6일 돌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6월28일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문 공개질의’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제기한 지 열흘도 안 되는 시점이었다. 원희룡 장관은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지역의 20여 년에 가까운 숙원 사업이자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 국가 사업이 단지 국토부 장관의 말 한마디로 무산되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나왔다. 실제로 예타 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이 주무 부처 장관 한 사람의 결정으로 무산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국토부는 경기도에 공개 간담회를 열자고 제안했으나 경기도는 사업 전면 백지화를 철회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해당 제안을 거절했다.
Q 앞으로 전망은?
2024년 국감에서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다시 쟁점이 됐다. 10월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감 과정을 보면 노선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특혜나 외압 의혹이 밝혀진 바 없다. 직원들도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10월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노선을 왜, 누가, 어떤 근거와 절차로 바꿨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진상규명 없이는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 역시 “노선의 3분의 1 이상 변경 등 중대한 변경이 불가피하면 미리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고,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의 경우 예산이 15% 이상 증가하면 타당성 재조사를 하게 돼 있다”라며 노선 변경이 결정될 당시 국토부가 적법한 규정을 따르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20년 가까이 염원해온 한 지역의 숙원 사업이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되었다. 백지화 소동을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여야를 오고 가는 진실 공방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고속도로가 생기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양평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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