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잘 주는 곳에 인재도 몰린다[성과급의 경제학③]

이지용 기자 2024. 10. 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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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년 전 회장 취임 일성으로 '인재' 중심의 경영 철학을 한껏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론 심층에는 '인재 유출'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가장 규모가 큰 초과이익성과급(OPI)의 경우, 전년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성과급 산정 기준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당분간 인재 유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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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닉 채용에 삼성 경력직 지원 잇따라"
삼성 성과급에 불만족, 인재들 SK하닉 선호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도 SK하닉이 우세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3.03.07.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다. 세상을 바꿀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이재용 회장, 2022년 10월 사장단 오찬 간담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년 전 회장 취임 일성으로 '인재' 중심의 경영 철학을 한껏 강조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해 첨단 산업을 이끌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론 심층에는 '인재 유출'이 꼽힌다.

경력과 나이를 불문하고 SK하이닉스 같은 경쟁사로 인재들이 이직하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이 같은 인재 유출 배경에는 무엇보다 경쟁사대비 납득하기 힘든 '성과급 산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경력 2~4년차 인재를 뽑기 위한 '주니어 탤런트' 채용 전형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전형을 지난 2021년에 도입했는데 경쟁사대비 저연차 인재들을 모아 첨단 반도체 기술력을 한단계 높이겠다는 의도다.

SK하이닉스는 이달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전형에 삼성전자의 저연차 직원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일부 실무급 인력들이 SK하이닉스의 올 하반기 경력 채용에 지원해 다수 회사를 옮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무엇보다 '성과급' 제도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직원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저연차 직원들의 경우 기본 급여 차이가 적은 만큼 성과급에 따라 전체 연봉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가장 규모가 큰 초과이익성과급(OPI)의 경우, 전년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고 있다. 매년 집행하는 설비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야 성과급을 받는 구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21년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단순화해 성과급 조건이 훨씬 더 낫다는 평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 직원 말을 인용해 "사람들은 SK하이닉스에 비해 안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급여에 불만족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 경쟁사로 갈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각종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지금 취준생들도 두 회사 모두 붙으면 SK하이닉스를 간다"거나 "앞으로 급여 차이는 훨씬 심해질 것"이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양사의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에서도 SK하이닉스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계약학과(9곳) 평균 경쟁률은 23.73%인 반면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3곳) 평균 경쟁률은 28.15%였다.

2024학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 수시 경쟁률은 각각 22.2%, 20.07%였다. 그 동안 삼성전자의 계약학과가 더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큰 차이로 순위가 뒤집혔다. 어린 학생들도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업 구도 재편이 수험생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성과급 산정 기준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당분간 인재 유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수 인재를 경쟁사에 뺏긴다는 것은 곧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핵심 분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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