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도 '밸류업'이 필요하다[기자의눈]

문혜원 기자 2024.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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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심 클지 몰랐다."

'밸류업 모범기업'으로 꼽혔던 KB금융지주(105560)는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됐다.

거래소는 오는 11월 4~5일 예정된 대규모 행사인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밸류업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일제히 발표한다.

가뜩이나 밸류업 지수가 연내 리밸런싱(재조정)된다고 하는데 거래소가 행사에 맞춰 ETF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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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심 클지 몰랐다."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국내 증시를 달궜다.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한국거래소가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밸류업 지수에 엔씨소프트(036570) 등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이 포함되고 지수 편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SK하이닉스(000660)가 '특례 편입'되면서다. '밸류업 모범기업'으로 꼽혔던 KB금융지주(105560)는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됐다.

한 거래소 임원은 SK하이닉스가 특례 편입된 이유를 묻는 말에 "거래소에 기준이 있고 예외적 사항에 대해선 전문가 판단으로 지수 편·출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는 거냐"며 "관심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고 반문했다.

성과는 나왔지만 과정이 세심하지 못했다. 밸류업 지수가 자본시장에 가져올 변화보다 '3분기 지수 발표'라는 로드맵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긴 호흡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초기 다짐은 어느새 지워졌다.

거래소의 보여주기식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거래소는 오는 11월 4~5일 예정된 대규모 행사인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밸류업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일제히 발표한다. 12개 자산운용사는 거래소 스케줄에 맞춰 상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당초 밸류업 지수 연계 ETF는 12월에 출시될 예정으로, 약 두 달간 여유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거래소 요청에 따라 운용사들은 상품 출시 계획을 앞당겨야만 했다. 가뜩이나 밸류업 지수가 연내 리밸런싱(재조정)된다고 하는데 거래소가 행사에 맞춰 ETF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거래소는 줄곧 자본시장을 밸류업하는 일이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추진 과정에선 누구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몰두한 모습이다. 거래소 스스로가 '밸류업'(Value-up)이 필요한 시점이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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