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보철도구로서의 자동화
건축 설계의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설계 프로세스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편리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존재하며, 그 경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건축설계의 자동화는 완전한 자동화와 사용자 반응형 자동화로 나뉠 수 있는데, 각각은 상반된 편리함과 불편함을 내포하고 있다.
완전한 자동화는 설계의 모든 단계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의해 처리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건축가의 역할은 시스템에 데이터 입력과 같은 기초적인 작업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에서 큰 효율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기초적인 도면 작성, 수량 산출, 구조 계산 등은 자동화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건축가가 더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 속에는 몇 가지 불편함도 존재한다.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은 한정된 변수와 규칙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건축의 감각적인 부분이나 복잡한 설계 의도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건축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와 현장 조건을 유연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건축 설계 프로젝트는 수많은 외부 요인인 지역사회, 자연환경, 건축주의 요구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은 이러한 복잡한 맥락을 인간만큼 민첩하게 반영할 수 없다. 결국 건축가는 자동화 시스템이 제공하는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재검토해야 하며, 이는 예상 외의 시간이 소모될 수 있다.
사용자 반응형 자동화는 자동화가 제공하는 기능 위에 사용자의 직접적인 개입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는 설계자가 시스템의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맞춤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더 직관적인 설계 과정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변수기반의 설계는 설계자가 설계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이를 통해 설계자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시스템은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결과를 다시 제시한다.
사용자 반응형 자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설계의 창의적 과정을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건축가는 각기 다른 설계 옵션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그 기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방법은 습득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설계자가 복잡한 매개변수와 변수기반 설계도구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불편함을 야기한다.
완전한 자동화와 사용자 반응형 자동화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루어낼 것인가이다. 건축 설계는 본질적으로 기술과 예술, 과학과 감성이 만나는 영역이다. 기술적인 자동화가 아무리 발전해도, 건축물에 담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에는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감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미래의 건축 설계 자동화는 기계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을 처리하면서도, 건축가가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설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가와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간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맞춤화된 자동화 도구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 시스템이 건축가의 창의적 프로세스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건축 설계 자동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편리함과 불편함의 경계를 잘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열쇠이다. 완전한 자동화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편리함 속에는 미세한 불편함이 숨어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사용자 반응형 자동화는 초기의 불편함을 극복하면 설계의 큰 자유로움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자동화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건축 설계의 미래는 기계의 힘과 인간의 상상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그 진정한 가능성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건축가가 단순한 기술 사용자가 아니라, 창의적 설계의 주체로서 자동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성우제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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