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트럼프 트레이드’···2016년 학습 효과?[경제밥도둑]
다음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다 높다는 관측이 부각되면서 달러와 금,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당초 예년에 비해 대선 관련 ‘테마주’를 비롯한 금융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미국 대선 파고’에 출렁이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금융거래가 일어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미국 대선 직후의 금융시장 반응을 떠올려보면 11월 증시와 채권, 원·달러 환율 등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트럼프 트레이드’ ‘해리스 트레이드’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 후 두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보고 미리 움직이는 금융 거래가 전반적으로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6일 “대선 관련한 베팅이 종전에 비해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예측이 힘든 박빙의 선거구도라는 점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 완화, 중동사태 악화에 따른 지정학적 갈등, 중국 경제 둔화 등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히려 시장은 대선 직후인 다음달 7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미세한 차이지만 트럼프 후보가 앞선다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달러와 금, 비트코인 등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힘을 받는 셈이다.
가장 크게 움직이는 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달 초만해도 8000만원 초반에 머물렀으나 28일 기준으로 940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트럼프 후보는 1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비트코인이 2억원까지 뛸 거라는 기대감 거론된다.
원·달러 환율도 출렁인다. 강달러 현상에 슬금슬금 올라 달러당 138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320원대까지 내려왔으나 지난 7월 이후 넉 달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우는 1400원대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채권 금리도 뛰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자료를 인용해 쓴 보고서를 보면, 해리스 후보의 공약은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적자를 3조5000억 달러를 증가시키고, 트럼프 후보의 공약은 7조5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10년간 해리스의 재정지출 공약은 0.2%, 트럼프 공약은 0.43%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느 쪽 후보가 되더라도 금리 상승 압력은 존재하며 트럼프 후보가 집권시 추가 상승 압력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셈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연일 상승해 4%대에 이르렀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 값도 뛰고 있다. 국제 금값은 뉴욕선물거래소에서 100트라이온스(약 31.1g)당 27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도 있지만 금값 상승 역시 ‘트럼프 트레이드’의 하나로 해석된다.
이는 이미 2016년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 경험해본 금융시장을 예상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역대 미국 대선 전후 금융시장 반응’ 보고서를 보면, 2016년 미 대선 전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2.5% 떨어졌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171%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7% 상승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뒤에는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1.4% 올랐고, 국고채 금리도 0.461%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2.1%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누가 당선되든 11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선 결과가 시장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라기보다는 일시적 변동성을 유발한 뒤 원래 궤도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에 대한 시장의 오해가 있다”면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물가 상승, 금리 상승, 달러 강세라는 투자환경이 즉각 조성되지 않는다. 지금 금융시장은 트럼프 후보 집권 시 3~4년차에 나타날 현상을 앞당겨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국채 발행을 위해 당장은 저금리 기조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선호할 것이라는 취지다. 문 연구원은 “12월로 갈수록 변동성은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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