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넘으면 첫 우승 보인다... 강원 수문장 이광연 “현우 형은 배울 게 한둘 아닌 대선배지만 꼭 이기고 싶다” [MK인터뷰]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10. 3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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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25·강원 FC)은 2019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이광연이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때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광연은 2019시즌 K리그1 8경기에서 19실점을 내줬다. 이광연은 2023시즌까지 붙박이로 활약한 적이 없다. 2021시즌(4경기)과 2022시즌(2경기)엔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2024시즌은 다르다. 이광연은 올 시즌 K리그1 26경기에서 31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건 6번이다. 이광연이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20경기 이상을 소화하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강원 FC 이광연. 사진=이근승 기자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광연이 골문을 책임지고 있는 강원은 창단 첫 우승에 도전 중이다.

강원은 올 시즌 리그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선두 울산 HD를 승점 4점 차 추격 중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광연은 최근 3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는 놀라운 활약을 보이며 역전 우승 도전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강원은 11월 1일 울산과의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이광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파이널 A 2경기 포함 3연승이다.

우린 다음이 없다. 매 경기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하고 있다. 파이널 A는 패하면 끝인 토너먼트다. 상대가 누구든 다 이겨야 한다.

Q. 파이널 A 2경기 모두 무실점 승리였다. 그 무실점 승리 중심에 엄청난 선방 능력을 보인 이광연이 있었다. 실점이나 다름없는 슈팅을 막았을 때의 기분은 어떤가.

엄청 좋다(웃음). 공격수가 골을 넣었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2경기 연속 무실점은 나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다. 전방에서부터 모든 선수가 아주 많이 뛰고 있다. 우리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는 의무팀, 매니저분들, 식당 어머님들, 버스 기사님 등도 계신다. 강원 모든 구성원이 오늘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준비한다.

Q. 강릉이 축구 도시가 됐다.

선수들의 목소리가 팬들의 함성에 묻힐 정도다. 팬들이 큰 관심을 보내주신다. 그 성원에 꼭 보답하고 싶다.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강원의 올 시즌이 쭉 순탄했던 건 아니다. 강원은 8월 24일 FC 서울 원정(0-2)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2무 3패였다. 가라앉았던 흐름을 3연승으로 뒤바꾸며 첫 우승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9월엔 승리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9월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우린 그때나 지금이나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윤정환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선수들과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우린 올 시즌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안 좋았던 적이 없다.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Q. 선수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한 시즌은 길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분위기가 안 좋을 때가 생긴다. 올 시즌엔 그런 시기에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운동장에서 실수를 범하더라도 ‘괜찮다. 계속해 보자’는 얘길 많이 한다. 내 앞에서 실수가 나오면 ‘내가 다 막아줄게. 열심히 해보자’는 얘길 자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수들 간의 신뢰가 더 커진 듯하다. 서로를 믿고 계속 나아가겠다.

Q. 11월 1일 올 시즌 성패를 좌우할 울산 원정이 기다린다.

당장 ‘우승’이란 단어를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의 도전은 1경기라도 패하면 끝이다. 울산전도 평소와 똑같이 준비할 것이다. 당장은 회복에 집중하면서 울산과의 경기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지난 시즌 이맘때와 극과 극이다. 지난 시즌엔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았나. 올 시즌엔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른 부분이 많을 듯한데.

K리그1 잔류 경쟁은 너무 힘들다. 불구덩이다. 어떻게든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도록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매 경기 낭떠러지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했던 것 같다. 올 시즌엔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 산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계속 나아가는 듯하다.

Q. 올 시즌 우승 도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이란 평가가 많다. 윤정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따로 조언해 주는 게 있을까.

조언보단 믿음인 것 같다. 윤정환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서 굳건한 신뢰를 보내주신다. 경기에 자신감을 가지고서 나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강원에서 6년째 몸담고 있다. 강원에서 나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승점을 챙기는 게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시즌 개막 전 ‘내 활약으로 이기는 경기 수를 늘리고 싶다’는 다짐을 했었다. 축구계로부터 ‘골키퍼 때문에 졌네’가 아니라 ‘골키퍼 때문에 이겼다’는 얘길 듣고 싶었다. 남은 경기도 마찬가지다. 꾸준한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다.

Q. 김병지 대표이사는 한국 역대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선수였다. 김병지 대표이사가 따로 조언해 주는 건 없나.

김병지 대표께선 종종 훈련장을 찾아주신다. 가끔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다. 대표님은 워낙 대단한 선수셨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된다.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조현우. 사진=대한축구협회
Q.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와의 맞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나는 K리그 모든 팀의 경기를 챙겨본다. (조)현우 형은 한국 최고의 골키퍼다. 현우 형이 하는 걸 보면 ‘넘어설 수 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가 많다. 현우 형에겐 배울 점이 한둘 아니다. 현우 형에게 도전하는 자세로 내 모든 걸 쏟아내겠다.

나는 올해 울산과의 2차례 경기에 나섰다. 1승 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맞대결만 남았다. 올 시즌 울산과의 맞대결은 좋은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올 시즌 강원의 성적은 선수단만 잘해서 이뤄내고 있는 게 아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등 강원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일궈내고 있는 성과다. 그분들의 땀과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준비하겠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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