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5천만 년 전 황금 벌레 화석…절지동물 진화 단서 제공"

▲ 4억 5천만년 전 절지동물 '로만쿠스 에지콤베이' 복원도

미국 뉴욕주에서 복잡한 3차원 구조가 완전하게 보존된 4억 5천만 년 전 절지동물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거미, 전갈 등의 먼 친척인 이 동물이 절지동물의 부속기관 진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예일대 공동 연구팀은 30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by)에서 미국 뉴욕주의 유명 화석 지층에서 4억 5천만 년 전 후기 오르도비스기에 살았던 신종 절지동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석이 화려한 황금빛을 띠고 있어 '황금 벌레'(gold bug)라는 별명이 붙은 이 절지동물에는 런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절지동물 전문가 그레그 에지콤 박사의 이름을 딴 '로만쿠스 에지콤베이'(Lomankus edgecombei)라는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이 화석은 미국 뉴욕주의 유명 화석 지층인 '비처 삼엽충 층'(Beecher's Trilobite Bed)에서 발견됐습니다.

이곳의 삼엽충 화석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삼엽충 외에 다른 생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아름답고 화려한 황금빛을 띤 완전한 상태의 절지동물 화석을 발견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X-선으로 분석해 3차원 구조를 재구성하고 상세한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이 화석이 황금빛을 띠고 있고 구조가 완전하게 보존된 것은 '바보의 황금'(fool's gold)로 불리는 황철석 덕분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황철석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동물 구성물질을 빠르게 대체해 구조가 온전히 보존됐다는 것입니다.

분석 결과 이 동물은 5억 3천800만~4억 8천5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다양하게 서식하다가 4억 8천500만~4억 4천3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에 대부분 멸종한 절지동물 메가케이란(Megacheirans)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로만쿠스 에지콤베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머리에 붙어 있는 부속기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속기관은 현재 곤충과 갑각류의 더듬이, 거미와 전갈의 집게와 송곳니 등과 유사한 부분입니다.

로만쿠스 에지콤베이의 머리에는 먹이를 잡기 위한 사냥 도구 역할을 한 다른 메가케이란의 부속기관과 달리 발톱 크기가 훨씬 줄어들고 끝이 길고 유연한 채찍 모양의 편모 3개가 달려 있습니다.

이는 로만쿠스 에지콤베이가 이 부속기관을 먹이 사냥보다는 주변 환경 감지에 사용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들이 캄브리아기에 살던 친척들과는 매우 다른 생활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은 절지동물 머리의 부속기관, 즉 몸 앞쪽에 있는 한 쌍 이상의 다리가 어떻게 환경을 감지하고 먹이를 잡는 등 특수한 기능을 갖도록 진화했는지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를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문 교신저자인 루크 패리 옥스퍼드대 교수는 "절지동물은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 종이 많다"며 "이런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생물학적 맥가이버칼(Swiss army knife)처럼 용도가 다양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머리와 그 부속기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Xiaodong Wang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