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대표들과 독서클럽을 하는 이유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가.' 벤처투자자로서 내가 항상 하는 질문이다. 필자는 지난 10년 남짓한 기간에 50여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중 성공적으로 IPO 문턱을 넘은 곳도 있지만 폐업했거나 좀비처럼 목숨만 부지하는 곳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요인이 있겠으나 결국 대표자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타트업,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대표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금, 인력,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면서 큰 사업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조직이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스타트업은 결국 대표자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특히 대표자가 '경영자'로서 성장해야 한다. 나는 이 인사이트를 많은 스타트업을 직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체득했다. 그렇다면 그다음 질문은 '대표들이 경영자로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사실 서류상 대표는 누구나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경영자로 성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스타트업 대표가 경영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3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경영도서를 읽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극도로 바쁜 대표자가 독서에 시간을 쓰는 것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처럼 효율적인 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나 선배 창업자가 경험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을 통해 경영역량을 향상할 수 있다. 많은 훌륭한 경영자가 독서광이기도 한 것은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선배 창업자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조언이나 며칠을 잠 못 들게 하는 고민의 해결책을 선배 창업자와 만남에서 너무도 간단히 얻을 때가 있다. IPO에 성공하고 수십 년 사업을 한 분들께도 배울 수 있고 지난달 시리즈A 펀딩에 성공한, 조금 더 앞서서 경험하는 선배 창업자에게도 해법을 배울 수 있다.
세 번째는 동료 대표자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의 고민은 너무도 특수하다. 스타트업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특수한 유형의 조직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대표가 아닌 사람은 그 고민을 이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대기업의 대표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스타트업 대표가 하는 고민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대표님들은 "배우자보다 경쟁사 대표가 내 고민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도 한다.
나는 고민 끝에 이러한 3가지 방법을 모두 한 번에 대표님께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독서클럽에서 찾았다. 스타트업 대표님으로만 멤버를 구성해 경영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특히 나는 헬스케어분야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대표님들로만 구성한다.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 밀도 높은 토론과 경험공유가 가능하다. 여기에 매번 선배 창업자를 특별게스트로 모신다. 해당 주제에 맞는 선배 창업자들이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를 알려주면 토론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또 이분들과 토론하면서 얻는 네트워크는 덤이다.
우리 독서클럽에서는 필자가 기대한 것보다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토론과 인사이트, 경험의 공유가 이뤄진다. 더 나아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까지도 얻는다. 토론에서 배운 것을 노트에 빼곡히 적어가는 분도 있다.
필자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이런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런 독서클럽을 수년째 진행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생각이다. 아직은 멤버들이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 경영자지만 미래에 이들 중에서 상장사가 나오고 유니콘이 나오며 이들이 다시 특별게스트로 참여해 후배들에게 조언을 들려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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