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두고 증권사-은행 격돌…내게 유리한 곳 어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작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택했던 서비스를 모두 팔고 옮겨야 했던 기존과 달리 상품을 유지한 채 사업자만 바꿀 수 있게 된다.
4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을 두고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이 '정면 승부'를 예고하면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찾으려는 가입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업권별로 은행권이 210조2811억원으로 적립 규모가 가장 크고,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96조5328억원, 93조2654억원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될 경우 은행권과 증권사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는 실물이전 대상이 아닌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에 적립금 대부분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중 규모가 가장 큰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모두 기업이 금융회사를 지정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는데, 통상 급여계좌와 함께 만들거나 기업대출 관련 이점으로 시중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가입자 중 대부분이 기업에서 정한 은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후 금융회사를 옮기려 해도 기존 상품을 모두 팔아야 하는 리스크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면 보유 상품 그대로 금융사만 옮길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 사업자 44곳 중 37개사가 참여했고, 시스템 구축 지연 등으로 참여하지 못한 7개사도 추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DB와 DC,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고, 디폴트옵션 상품과 지분증권, 리츠, 사모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를 감안해도 최소 200조~300조원은 실물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 이전이 가능해지면 가입자들은 원금보장 여부와 위험도 등을 따져 금융사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금융회사별 상품 수익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립금이 가장 많은 DB형의 경우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은행에 비해 보험과 증권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1조원 이상 상품 중 푸본현대생명보험이 4.60%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교보생명보험과 미래에셋생명보험, 삼성증권, 케이비증권이 뒤를 이었다. 순위권에 위치한 금융회사들의 수익률은 모두 4.4%를 넘었다. 반면 은행권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하나은행은 3.92%로 4%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모두 3% 중후반대에 그쳤다.
DC형에서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삼성생명보험 등이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은 모두 3% 중반대였다.
반면 DC형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에서는 하나은행이 14.14%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이 14.02%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증권과 신한은행, 삼성증권도 13%를 넘어 은행권과 증권업계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IRP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서는 은행권이 증권사의 수익률을 앞섰다. KB국민은행이 14.61%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14.19%), 신한은행(13.86%) 모두 상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IRP 원리금 보장형은 증권사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현재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해당 상품 내 다툼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익률 상위권에 위치한 증권과 보험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수익률을 높이는 관점에서 보면 증권사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상품으로 이전하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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