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정부 전망보다 소득세·법인세 덜 걷힐 것” 국회예산처의 경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정부 예상보다 소득세·법인세 등이 약 4조원 가량 덜 걷힐 수 있고, 향후 복지 지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30일 발표한 ‘2025년 국세수입 전망’을 보면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는 378조5000억원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제시한 국세 수입 전망치(382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적은 규모다. 예정처는 “국세수입 전망의 전제가 되는 거시경제 여건과 부동산 시장 회복 속도 등에 있어 정부와 예정처 간의 전망 차이에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내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지만, 예정처는 4.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이외에도 국세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소비 증가율과 통관수출 증가율, 취업자수 등 주요 경제지표와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를 정부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예정처 “내년 국세, 정부 전망보다 3조9000억원 덜 걷혀”
예정처와 정부 전망치 간에 차이가 큰 세목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법인세 등이다. 예정처는 부동산 시장과 경제지표가 정부 예상보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득세가 정부 전망치보다 1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관측했다.
예정처는 최근 고소득층의 사업 소득 증가율 둔화와 소매판매액 증가율 둔화 추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매매가격 상승세 둔화와 물가상승, 가계부채 위험 등 하방요인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상속·증여세도 정부 전망치보다 1조1000억원 적었다. 완만한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증여거래 건수 회복 속도도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024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 등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2조6000억원)도 정부(-2조4000억원)보다 2000억원 클 것으로 판단했다.
법인세 역시 정부 예상보다 4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법인의 최근 실적 증가세 둔화 등을 반영했다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12.8%, 37.2% 감소했다.
중기 국세수입 전망도 정부보다 어둡다. 예정처는 2024년 337조400억원이었던 국세 수입이 2028년에는 439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7.1% 국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보다 0.3% 포인트 낮은 규모다. 올해까지 정부와 예정처의 전망 차이는 3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25년 이후부터 경제성장과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시각 차이로 양 기관의 국세 수입 전망치 차이가 벌어졌다.
예정처는 “2025년 전망치가 정부 대비 3조9000억원 낮은데다 2026년 이후 성장률 전망치가 매년 정부 전망을 0.1~0.2%포인트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관련 정부 지출, 더 늘어날 것”
예정처는 정부 전망보다 향후 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예정처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복지지출이 7.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데 비해 정부는 연평균 6.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정처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최근의 복지 분야 의무지출 증가세와 내년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계획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달성 시점도 미뤄질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수지를 차감한 숫자로,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예정처는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덜 걷히고, 총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준칙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내년에는 2.9%를 기록하면서 재정준칙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정처는 그러나 “정부가 의도하는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계획한 재량지출의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외수입 확충이 달성될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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