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는 폭염만큼 해롭다[신간]
부의 제한선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김승진 옮김·세종서적·2만2000원
2011년 9월 미국 뉴욕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는 “우리가 99%”라고 외치며, 1%에 부가 과도하게 쏠려 있음을 지적했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세계의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상위 10%가 전체 부의 53.5%를 가지고 있다(<세계 부 데이터북>(20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27개국 시민들에게 ‘자국 내 불평등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인은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개인의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를 제시한다. 각 사회가 빈곤 타파, 차별 철폐 등을 이상으로 삼고 여러 정책을 개발·추진해온 것처럼 부의 집중을 제한하는 것도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자 되기에 열심인 한국사회니까, ‘남보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을 왜 제한하느냐’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저자는 무한한 부를 좇는 행동이 사회 응집을 해치고,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도덕적 원칙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해롭다’고 본다. 그는 이를 논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데이터, 사례를 제시한다. ‘부의 제한’에 대한 예상 가능한 여러 반박도 재반박한다.
관타나모 키드
제롬 투비아나 지음·알레상드르 프랑 그림·이나현 옮김·돌베개·1만9000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중에 체포한 사람들을 수용한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에서는 수감자들에게 심한 고문을 하는 등 인권침해가 자행됐다. 이 책은 최연소 수감자 무함마드 엘-고라니가 어떻게 ‘테러범’으로 몰려 관타나모 수용소로 끌려갔는지부터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일들,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된 후 난민으로서 지낸 날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그래픽노블이다. 그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이국땅을 밟은 한 소년이 청년이 되기까지, 폭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했던 투쟁기다.
재난 이후, 사회
김현준 외 지음·나름북스·2만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에 속한 젊은 연구자들이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쓴 글을 모았다. 국가 통치, 유가족 운동, 외상과 고통, 법적 책임, 재난 서사, 안전권 등 재난을 둘러싼 의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참사 이후의 사회운동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페미니스트, 경찰을 만나다
이성은 외 지음·오월의봄·1만6800원
경찰청은 2018년 3월 미투 운동 흐름 속에서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페미니스트 행정가와 전문가 9명이 경찰 조직에 성평등 관점을 도입해 변화를 만들어낸 과정을 정리했다. 경찰이 성평등 관점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묻고 답한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사이토 뎃초 지음·이소담 옮김·북하우스·1만6800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저자는 ‘남은 시간’에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다가 루마니아 영화에 빠진다. 루마니아어를 독학하고,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쓴 그는 ‘희귀한’ 작가가 된다. ‘나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라도 계속하다 보면 무언가를 이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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