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북한군의 진군, 왜 '쿠르스크'인가?[北 파병 후폭풍]

최소망 기자 2024. 10. 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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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빼앗긴 러시아 지역…'침략당했다' 명분 세워 北 파병 정당화
'살상전' 보다는 특수부대 활용해 교란 작전 가능성…미사일 지원도

[편집자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북러의 '위험한 질주'의 정점을 찍는 도발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뉴스1은 '마감 없는 기획'으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개입과 이로 인한 전황 및 정세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우크라이나 군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수자의 불에 탄 국경 교차 지역에 부서진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2024.08.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병력의 쿠르스크 지역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파병 북한군을 이 지역에 배치한 것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의 침략을 받았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크 뤼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을 받은 뒤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이송됐으며 북한군 부대들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도 "러시아가 북한군을 쿠르스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투입하거나 전투 지원 병력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2024.10.16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의 동북부, 러시아의 서북부 접경 지역으로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상당 부분을 점령한 곳이다. 이는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나라의 무력 공격으로 본토를 빼앗긴 첫 사례였다. 러시아의 자존심 문제이자, 전황을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 때문에 러시아는 어떻게든 이 지역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

북한군의 배치가 이뤄지는 이유도 이같은 러시아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입장에서 쿠르스크를 재탈환해야만 향후 협상 국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서 "완전한 재탈환이 어려워도 우위를 점해야 동부전선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쿠르스크 지역은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한 논리를 구성하기 좋은 대상이기도 하다. 북러는 이곳이 '우크라이나의 무력 침공'으로 빼앗긴 곳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유엔 헌장 위반을 피하고, 북러가 지난 6월 맺은 새 조약의 정당성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새 조약의 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유엔 헌장 51조는 '국가가 무력 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되는 것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돕는 것으로 유엔 헌장 위반임을 지적하고 있지만, 북러는 쿠르스크가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지역인만큼 이곳에서의 상호 원조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전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정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초에 뺏긴 곳을 탈환하는', ' 침략당한 것을 되찾는'다며 북한군을 배치해 자신들의 조약의 정당성을 찾고 유엔 헌장을 지켰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쿠르스크 지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승리 계획'에 포함됐던 곳으로 우크라이나가 '반격 작전'에 많은 공을 들였던 곳이다. 이는 거꾸로 보면 러시아의 재탈환이 우크라이나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다른 지역에서 병력을 이동시키는 대신 북한군의 '지원'을 카드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쿠르스크 재탈환이나 전체적인 전세 유지에 일정한 기여를 한다면, 전쟁 기여에 대한 '반대급부'를 보다 확실하게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대령 출신 군사 전문가 블라디슬라브 셀레즈니프는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방송국인 에스프레소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쿠르스크 배치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셀레즈니프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밀어내기 위해 병력 5만 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여겨졌지만, 실제로 4만 명의 병력만으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주춤했다"면서 "북한군 1만여 명을 추가하면 쿠르스크에서의 역학 관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군의 역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군이 대대적인 '살상전'에 투입될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지만, 현재 관측대로 북한군 특수부대(폭풍군단)가 파병의 주력이라면, 북한군의 역할은 진격 그 자체보다는 '비대칭 전력' 과시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을 교란시키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수부대는 대대적인 육탄전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능력'을 보유한 소수의 인력으로 기습 탈환이나 요인 암살, 잠수함이나 땅굴을 통한 후방 침투, 주요 시설 폭파 등을 주특기로 하는 부대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군이 돌격식 살상전에 투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군을 쿠르스크 지역 이외의 지역, 즉 러시아가 새롭게 뺏고 싶은 곳에 투입하기보다는 이미 뺏긴 곳을 탈환하는 데만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사전 정보가 부족한 타국의 전장에 뛰어든 북한군의 전투력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파병된 북한군이 원자력발전소 방비 등 쿠르스크 안정화 임무를 맡거나 후방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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