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책 읽기 좋은 계절에 만난 농촌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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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갑자기 온 나라가 문화 선진국이 된 듯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10.6%에 불과하다니 문턱이 너무 높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농촌 주민들은 책을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나 정보화 기반과 역량이 부족하고, 도서관과 거리도 멀어 지식정보화 사회에 뒤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도시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군단위 농촌에도 도서관이 한두개씩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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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57% 1년에 책 한권 안읽어
빌려보는 사람도 예전보다 적어
읍내 서점엔 학생용 참고서 가득
공공도서관 장서 많고 대출 쉬워
시골 학교도서관 주민 개방 도움
얼마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갑자기 온 나라가 문화 선진국이 된 듯 들뜬 분위기다. 시골에 살다보니 아직 상을 받은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엿새 만에 1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환호하며 박수를 치다 말고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냉철해지라는 것’이라는 수상자 아버지의 전언에 문득 우리 국민의 독서율은 얼마나 되고, 농촌 주민들은 책을 어떻게 읽는지 생각해봤다
옛말에 ‘독서를 통해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부자는 존귀하게 된다’고 했다. 독서는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인간으로서 자질과 품성을 기르며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독서로 세계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사람에 비해 읽지 않는 사람은 지식의 양과 질은 물론 소득과 삶의 품격, 나아가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성인 중 한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 즉 종이책과 전자책·오디오북을 합한 종합 독서율은 43.0%로 2013년 72.2%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평균 독서량은 3.9권인데 그중 종이책은 1.7권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주위 사람이나 도서관 등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구입하거나 인터넷자료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서관법은 국민에게 공평한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이 10.6%에 불과하다니 문턱이 너무 높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농촌 주민들은 책을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나 정보화 기반과 역량이 부족하고, 도서관과 거리도 멀어 지식정보화 사회에 뒤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며칠 전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듣고 읍내에 있는 서점에 가봤다. 진열된 책의 대부분이 학생들을 위한 참고서들이라 찾던 책을 구할 수 없었다. 헛걸음하는 셈치고 도서관에 들렀다. 놀랍게도 9만여권의 장서와 자동대출관리시스템, 전국 도서관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지 않은가. 책 일곱권을 2주 동안 대출할 수 있고,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도 빌려볼 수 있다니 책이 없어서 읽지 못하겠다던 그동안의 생각이 좁은 견문과 핑계였음을 알게 됐다.
전국적으로 평균 10만여권의 장서를 가진 공공도서관이 1208개 있는데 그중 948개는 지자체, 235개는 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군단위 농촌에도 도서관이 한두개씩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라며 생활 속 독서습관을 강조한 바 있다. 읍내 도서관까지 가기 힘든 농촌의 경우 인근 학교도서관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마을도서관으로 활용하면 정보·문화의 격차를 해소하고 공동체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야흐로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때는 가을이 되어 장마도 마침내 개이고, 서늘한 바람은 마을에 가득하다. 이제 등불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책을 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한유(韓愈)가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며 쓴 시인데, 여기에 등화가친(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 해 글 읽기에 좋음)이란 말이 나온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도서관을 찾아 자기 삶을 돌아보며 마음의 곳간을 채우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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