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7000억 자본확충 제동… 전세보증 차질 우려

이축복 기자 2024. 10. 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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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대신 갚다 年3조대 손실
신종자본증권 발행, 당국서 반대
금융당국 “증권신고서 보완 필요”
서민들 보험 가입 못해 피해볼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대 7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본 확충에 제동이 걸렸다. 깡통전세 피해자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느라(대위변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금융당국 반대로 무산됐다.

HU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자본 확충을 하지 못하면 내년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에 차질이 빚어져 서민들이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7000억 원 자본 확충 계획에 금융당국 제동

29일 HUG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이날 진행하려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연기했다. 당초 HUG는 투자자 모집 결과에 따라 다음 달 5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모두 밀렸다. HUG 측은 “금융당국에서 발행 중단 요청이 있어 발행 시기를 한 달 정도 미루기로 했다”고 했다.

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HUG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는 시도는 199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HUG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전세사기로 인한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 원 △2022년 9241억 원 △2023년 3조5544억 원 △2024년 1∼9월 3조22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3조99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대규모 적자로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1∼3월) 6조8000억 원에서 4분기(10∼12월) 2조6800억 원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IB 업계는 금융당국이 HUG의 계획에 제동을 건 이유를 높은 발행금리로 보고 있다. 당초 HUG는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최대 연 4.1%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었다. 교보생명,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민간 보험사들이 자기자본 성격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상태에서 HUG의 금리 수준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인 HUG가 연 4%대로 발행하면 보험사들은 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금리 인하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선 보험사의 건전성도 챙겨야 해 HUG의 고금리 채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HUG와 주간사회사인 NH투자증권이 작성한 증권신고서를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HUG의 첫 번째 신종자본증권 발행인 점, 다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상품인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신고서상 미비한 내용이 다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차질 우려

문제는 HUG의 자본 확충 계획이 틀어지며 당장 내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신규 가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2021∼2023년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연평균 26만여 가구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HUG 내부 분석에 따르면 4분기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보증배수)은 132.5배로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90배로 보증배수를 맞추려면 1조4288억 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HUG는 지난해 12월∼올해 3월 정부로부터 3차례에 걸쳐 현금, 주식 등 5조839억 원 규모 출자를 받았지만 재무 구조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보증배수를 50배에서 2021년 60배, 2023년 70배, 올해 90배로 늘리며 자금 여력 대비 보증 규모만 키워 놓은 상황이다. HUG는 “연내 자본 확충을 완료해 내년도 보증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상품을 다양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증금을 전액 보장하려면 HUG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전세보증금 보장 범위가 80% 이내인 경우는 보증료를 적게 받고, 보장을 많이 할수록 보증료를 높게 받는 식으로 상품을 개발해 세입자와 HUG가 리스크를 나눠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UG가 악성 임대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피해를 자초한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악성 임대인 모니터링 등 시스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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