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월리 등 캐릭터 뛰노는 동화 같은 페스티벌 만들 것”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 내달 1일 오천그린광장서 개막
문화산업 활용해 지방소멸 대응… ‘오노코리아’ 등 웹툰 기업 이전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순항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64)은 시청 집무실에서 24일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천을 살아 있는 자연에 콘텐츠를 입힌 문화도시인 K디즈니로 가꾸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장보다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그는 장갑공장 노동자, 세무 공무원, 검사 생활을 거친 법조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2000년 정계에 입문해 순천시장을 3선했다.
남해안 중심도시 순천은 조계산(887m) 등 전체 면적의 70%가 산림이다. 도심을 흐르는 동천을 비롯해 연안습지 순천만,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국가정원 등이 있는 생태도시다. 지난해 1000만 명이 방문한 순천만국가정원(93만 ㎡)에는 나무 100만 그루, 꽃 342만 본이 살아 숨쉰다.
순천시는 생태, 정원에 이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정하고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순천만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리는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을 앞둔 노 시장은 “이번 페스티벌이 문화산업 메카로 도약하는 순천의 가능성과 저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콘텐츠 페스티벌 in 순천’은 무엇인가.
“순천이 올해 처음 시도하는 문화콘텐츠 축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두 차례나 성공 개최한 도시답게 차별화된 문화축제다. 대도시 실내 건물, 부스에서 치러왔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순천만국가정원의 푸른 자연을 무대로 삼는다. 행사 부제인 올텐가는 ‘All Content garden’이라는 의미로 ‘세상의 모든 콘텐츠가 모여드는 정원’이라는 뜻을 담았다.
―다른 지역 축제들과 차별점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 머물러 있는 문화콘텐츠, 캐릭터가 화면 밖으로 뛰쳐나와 정원에서 어우러지는 동화 같은 축제를 만들 생각이다. 문화콘텐츠는 만화책,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등 친근한 모습으로 주변에 있다. 순천 페스티벌은 기존 행사들이 전문가들 위주로 교류하는 산업전, 유명 창작자들의 경쟁 무대였던 것에서 벗어나 학생, 예비 창작자, 시민까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 축제다. 드넓은 20만 ㎡ 잔디밭인 오천그린광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도 누구에게나 열린 축제라는 의미다.”
―페스티벌 주요 행사를 소개해 달라.
“페스티벌은 11월 1일 오후 7시 오천그린광장 하늘에서 드론 2025대가 군무를 이루는 쇼로 개막한다. 드론쇼는 아기공룡 둘리, 공포의 외인구단(떠돌이 까치), 월리를 찾아라 등 웹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려낸다. 정원에 꾸며진 애니메이션, 웹툰, 캐릭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유명 가수의 애니메이션, OST 공연, 만화가 윤태호와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 오 초청강연도 진행된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전망대가 없는 것을 고려해 정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무료 열기구 체험도 진행된다. 페스티벌 기간 오천그린광장에서 열리는 ‘순천×쿠키런 콜라보’ 캠핑 체험은 접수 1분 만에 모집 인원의 두 배에 달하는 100개 팀이 등록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순천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된 계기가 있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후로 순천은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선정과 함께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문화도시특구 등 지방시대위원회 3대 특구로 지정됐다. 3대 특구로 함께 지정된 것은 전국 첫 사례다. 국립 순천대는 글로컬 대학 30에 지정됐다. 정원에 이어 문화산업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정원박람회의 힘이 컸다. 지방도시 순천이 가진 가치와 저력을 입증해 정부, 기업을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창조의 원천이자 영감의 충전지인 정원을 토대로 문화콘텐츠를 채워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방도시 모델을 만들겠다.”
―문화콘텐츠 산업 중심지를 꿈꾸는 순천의 매력은.
“웹툰 작가 450명이 활동하는 케나즈라는 회사는 순천만국가정원 등을 들러보고 본사를 순천으로 택했다. 작가들은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 등 자연이 살아 있는 생태환경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보다 자연 속에서 창작활동이 더 잘된다고 한다. 정원도 과학기술, 문화예술이 녹아 있는 문화산업이다. 문화는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연결돼 있다. 순천은 정원에 문화가 업그레이드돼 발전할 것이다.”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11월부터 순천에 문화산업을 확산시키는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순천만국가정원 습지센터에는 앵커기업(선도기업)인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로커스(LOCUS)의 스튜디오와 함께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된다. 원도심에는 웹툰기업 케나즈(KENAZ)가 둥지를 튼다. 순천 원도심인 장천동 글로벌웹툰센터, 남문터 광장 등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웹툰 작가들의 작업공간도 마련된다. 문화콘텐츠 전시·체험실, 애니메이션·웹툰 캠퍼스도 만들어져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콘텐츠 기업 35곳이 원도심 창·제작 공간 입주 의향을 밝혔다. 전국 공모가 시작되면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에 예산 390억 원이 투입되고 3대 특구사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도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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