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젤렌스키와 통화 “러·북 야합, 실효적 대응”
젤렌스키 “전쟁 새 국면 접어들어”
美 “전장 투입땐 공격 대상 간주”
국가정보원은 29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고위 장성과 일부 병력이 전선(戰線)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미 국방부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현재까지 1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파병 북한군 지휘부와 병력이 전투 투입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이 임박해 있다”며 “이에 따라 전쟁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의 병력 이송이 진행 중”이라며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한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영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을 지휘한 경력이 있다. 국정원은 “김영복은 KN-23 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과 관련해 일종의 선발대 개념으로 먼저 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복이 북한군 파병 부대 관리는 물론, 러시아군의 KN-23 운용에도 관여할 것이란 얘기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 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며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은 지난 25일 “러시아군이 북한 장병 30명당 통역관 1명과 러시아군 3명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파병 반대급부로 러시아에서 받을 핵심 군사 기술로 ‘정찰위성’을 꼽으며 “지난 5월 실패한 정찰위성을 다시 발사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내달 미 대선을 겨냥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이 29일 러시아 파병 북한군 고위 장성을 위시한 일부 병력이 전선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파병 북한군 대부분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 가까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관리를 인용해 “28일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0~64㎞ 떨어진 임시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김정은 정권의 군인들은 여러 훈련장에서 훈련받고 있으며 주로 밤에 투입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센서넷’은 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이 쿠르스크 주민들에게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현재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 5만명에 북한군 1만명이 추가되면 3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도 북한군의 전투 투입을 상정한 메시지를 내놨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된다면 전투 병력으로서, 합법적 공격 대상으로 간주된다”며 “(러시아가) 그들을 활용하는 것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에 심각한 함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싱 부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을 향해 미국 무기를 사용하는 데 새로운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러시아가 이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병력을 상대로 한 전투 또는 군사작전 지원에 사용하려 한다는 점을 갈수록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은 물론 이에 대한 국제사회 반발과 관련한 대응까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 23~24일 러시아 정부 특별기가 모스크바와 평양을 왕복했는데, 국정원은 북한군 파병에 관여하는 러시아 안보 핵심 관계자가 탑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 반발에 직면한 파병 문제와 관련한 이견 조율 목적으로 보이며, 이후 양측이 공히 사실상 파병을 시인한 것도 이런 방문 이후의 결과”라고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28일 모스크바 방문을 위해 출국한 것과 관련해서는 “고위급 채널을 통한 추가 파병, 반대급부 등 후속 협의를 했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정원은 올해 북한 노동자 4000여 명이 러시아로 파견됐으며, 지난 6월 러·북 조약 체결 이후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 무역과 관련한 이면 합의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의식해 경호 수위를 격상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올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작년에 비해서 현재까지 110회, 약 60% 이상 증가했다”며 “김정은 암살 등을 의식해서 통신 재밍(전파방해) 차량 운용, 드론 탐지 장비 도입 추진 등 경호 수위를 격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 파병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하마스·헤즈볼라 수뇌부를 겨냥한 암살전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김정은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방증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우상화 조치가 강화되는 징후도 한국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국정원은 “이번 달 들어서는 ‘주체’ 연호 사용을 중단했다”며 “해외에 파견된 인력들에게 김일성·김정일 시대 등 선대의 문헌을 대신해서 김정은의 혁명 역사를 재차 강조하는 등 선대 삭제, 김정은 독자 우상화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도 최근 지위가 격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정원은 “김주애는 노출 빈도를 조절해 가면서 노동당 행사까지 그 활동 범위를 넓히는 가운데, 김여정의 안내를 받거나 최선희의 보좌를 받는 등 그 지위가 일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러시아 대사와 직접 담소를 나누는 장면, 김정은·김주애 둘이 있는 ‘투샷 사진’을 공개한다든지, 전담 경호원을 대동하는 등 확고한 입지가 감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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