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사자 구속, 韓中 메모리 전쟁 신호탄일 수도”
한국 반도체 기업 출신이 중국에서 기술 유출 혐의로 체포되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 반도체 기술이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는 데다, 유출된 기술로 지목된 ‘이온 주입’이 고급 기술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는 부도체인데, 이온을 넣어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작업이 이온 주입이다. 얼마나 균일하고 얇게 입혔느냐가 관건이다. 20년 넘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한 한 기술자는 “이온 주입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로 필수적이기는 해도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라며 “중국의 이온 주입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한국에 대한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도발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가 기술적 자신감을 가지자 한국을 상대로 ‘메모리 전쟁’을 하겠다고 보낸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체포된 한국 기술자가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대표 메모리 기업 CXMT는 글로벌 D램 점유율이 2022년 4%에서 최근 12%까지 상승했다. 조만간 3위 마이크론(20%)을 뛰어넘어 세계 메모리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미·중 경제 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급률은 2019년 15%에서 2023년 23%로 8%포인트 올랐다.
실제 중국 반도체의 공세는 위협적이다. CXMT는 웨이퍼 월 생산량이 2022년 월 7만장 선에서 내년 약 30만장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현재까지는 PC나 자동차 등 거의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범용 반도체 제조에 집중하고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시장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XMT는 범용 제품뿐 아니라 2세대 HBM 양산을 준비하는 등 빠른 속도로 첨단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도 한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를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국내 업체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방대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치킨 게임(죽기 살기식)’을 벌인다면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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