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산업스파이에 간첩죄 적용 못해… 눈뜨고 당하는 한국
간첩 범위 ‘적국→외국’ 여론에도
개정안, 국회 문턱 못 넘고 계류중
중국이 작년 7월부터 시행한 개정 ‘반(反)간첩법’을 적용해 한국 국민을 체포·구금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내에선 외국에 이로운 간첩 활동을 벌인 사람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법에 규정된 간첩의 범위가 ‘적국(북한)’으로만 한정돼 있으며, 이를 ‘외국’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간첩죄 조항은 형법, 군형법에 규정돼 있다. 두 법에는 적국, 즉 북한에 국가 기밀을 누설하는 경우 등에만 간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냉전 시대였던 1950년~1960년대에 법 조항이 만들어진 후 거의 바뀐 게 없어 최근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익을 해치는 정보를 수집, 누설해도 전달 상대가 북한이 아니면 군형법과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국군 정보사령부 군무원 A씨가 지난 8월 정보사 ‘블랙 요원’ 정보를 중국 동포(조선족)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도, 간첩죄를 적용받지 않았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형법과 군형법에 규정된 간첩의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첩죄 조항을 바꾸는 형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는데 이 중 3건은 민주당에서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 1소위의 민주당 의원들이 “간첩 행위의 범위나 국가 기밀 유출 행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 처리되지 못했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 의원들이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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