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전세대출 제한 2개월 만에 푼다
KB국민은행이 지난 9월부터 취급하지 않았던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을 다음 달부터 재개한다. 주택 가격 폭등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속속 도입했던 주택담보대출 제한책이 해소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조치로, 시중 금융사들은 오히려 대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연간 대출 목표치를 벗어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은행 등 금융사를 압박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분간 ‘대출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B, 전세 대출 제한 풀어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 달부터 조건부 전세 자금 대출 제한을 풀 계획이다. 조건부 전세 대출은 소유권이 바뀌는 주택에 대한 전세 대출이다. 전세 세입자를 구해 이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집값 상승기 은행들이 대출을 걸어 잠그는 타깃이 됐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조건부 전세 대출을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내부 회의를 거쳐 다음 달 재개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가계 대출 총량이 자체적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왔고, 대출 증가세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 대출 잔액은 119조686억원으로 전월 대비 19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슷한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조건부 전세 대출 재개 시점을 잡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신규 대출 제한 도입
대부분의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사들은 여전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30일부터 연말까지 인터넷과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12개 신용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라고 홈페이지에 안내했다. 대상 상품은 우량 협약 기업 임직원 대출, 우리 주거래 직장인 대출, 기업체 임직원 집단 대출, 우리 드림카 대출 등으로, 우리은행의 주력 신용 대출 상품이 망라됐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가계 대출 연간 목표치를 3배 정도 초과한 상태라, 더 적극적인 대출 제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25일 아파트 담보대출 5년 주기형 상품의 가산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부터 6차례 인상이다. 지방은행도 대출 여력이 남아 있지만 대출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1일 부산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우대 금리를 0.5%포인트 축소했고, 경남은행도 모바일 주담대 상품 가산 금리를 0.2%포인트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최근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2금융권도 가계 대출 조이기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다음 달 5일부터 다주택자에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거치 기간을 두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최근 전국 농축협에 발송했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은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 기간을 1년 정도 두는데, 거치 기간이 폐지되면 대출자는 즉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해 부담이 커진다.
◇금융 당국 “대출 재급증하면 불이익”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는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5대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9000억원으로 8월 한 달 동안의 증가액(9조6000억원)에 비하면 확 줄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각 은행이 연간 대출 목표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자율적으로 대출 제한을 풀 수 있다”면서도 “다만 연간 대출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내년 대출 목표치 설정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사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대출이 다시 급증할 경우 금융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연간 경영 계획 목표치를 초과해 가계 대출을 취급할 경우, 내년 은행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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