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원위치! 카프리썬 빨대의 변심
환경 보호를 위해 도입한 종이 빨대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전 세계 식음료 업계에서 퇴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빨대로 마시는 글로벌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은 포장 겉면에 붙였던 종이 빨대를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는 종이 빨대 대신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못 쓰도록 한 정부 규제가 소비자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다.
◇소비자 불만에 플라스틱 빨대로 ‘유턴’
국내에서 카프리썬을 생산하는 농심은 11월부터 빨대 소재를 종이에서 다시 플라스틱으로 바꾸겠다고 29일 밝혔다. 작년 2월 종이 빨대를 도입한 후 20개월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종이 빨대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플라스틱 빨대로 다시 바꿔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종이 빨대가 카프리썬의 포장재를 잘 뚫지 못한다는 불만이 폭증하자 두 차례 품질 개선에 나섰다. 빨대가 힘을 더 잘 받도록 빨대 절단면 각도를 조정하고 표면 처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종이 빨대 특유의 냄새와 감촉,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소비자 불만은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간 900만 박스 정도를 유지하던 농심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전년 대비 13% 줄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16% 감소했다.
해외에서도 카프리썬은 플라스틱 빨대로 ‘유턴’하고 있다. 롤랜드 위닝 카프리썬그룹 CEO는 최근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에서 판매하는 카프리썬에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유럽연합(EU)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규제를 도입하면서 유럽 카프리썬 제품도 종이 빨대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빨대를 꽂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위닝 CEO는 “종이 빨대가 많은 소비자들을 귀찮게 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좋은 정책이지만 카프리썬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는 “카프리썬에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빨대를 되돌려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16만명 이상 동의했다. 카프리썬 측은 “종이 빨대와 달리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빨대는 음료 파우치와 함께 재활용해도 된다”며 “음료를 마신 뒤 빨대를 꽂은 채 버려도 돼 재활용이 더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종이 빨대, 친환경 아니다’ 논란도
종이 빨대는 2010년대 후반 세계적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5년 미국의 한 해양보호 연구팀이 공개한 바다거북 영상이 종이 빨대 확대의 계기가 됐다. 콧구멍에 낀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영상 속 바다거북의 모습이 공개된 이후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18년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맥도널드도 “영국 전 지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이 무렵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지 않거나 종이 빨대만 주는 매장이 늘어났다.
하지만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음료를 마실수록 빨대가 흐물흐물해져 빨대 여러 개를 써야 한다거나, 종이 빨대에서 나는 냄새가 음료 맛을 떨어트린다는 불만이 많았다. 결국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는 아예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종이 빨대 대신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기로 했다가 규제를 전면 철회한 상태다.
‘그린 워싱(greenwashing·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처럼 보이게 하는 것)’ 논란도 있다. 종이 빨대는 종이에다가 얇은 플라스틱 소재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자연 상태에서 썩는 데 수백년이 걸리는 플라스틱보다 빨리 분해되긴 하지만, 종이 빨대가 분해 과정에서 부영양화(강·바다·호수 등에서 영양 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 물질이나 독성 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종이 빨대도 결국은 나무를 베서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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